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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남은 영광원전 역학조사|모호한 무뇌아 사산 원인규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전남 영광원자력발전소 일대 주민들의 잇따른 방사능 피해 주장 사건은 지난4일 과기처와 현지주민이 기형아 출현 가족들에 대한정밀조사에 합의함으로써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갔으나 큰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과기처는 당초 지난3일 엉성하게 조직된 의학조사팀을 파견해 영광원전사건을 조기에 매듭지으려는성급한 자세를 보였다.
이에대해 현지주민들이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 과기처와 주민들간의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다 5일오후 서울대와 광주기독병원및 주민들이 추천하는 의료팀으로 역학조사반을 구성해 9월5일부터 정밀역학조사를 실시하는데 합의한 것.
9월5일로 조사시일이 잡힌 것은 조기실시를 주장한 과기처와 이에 반대하는 주민·반핵단체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다 양측이 한발 물러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
주민·반핵단체들이 조사시일을 최대한 늦추려했던것은 국내에서 진상을 정확히 가려줄만한 방사능 피폭 관련 핵의학자가 없다고 판단, 일본등에서 전문가들을 초빙해서라도 완벽한 조사팀을 구성하기 위해 시간을 벌고자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외에도 영광원전사건을 계속적으로 증폭시켜 이슈화함으로써 핵추방운동을 궤도에 올려놓으려는 포석도 작용했으리라는 관측이다.
영광핵발전소 추방연합회(회장 서단)를 비롯한 현지 일부 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최대한 증폭·연장시켜 부지조성공사를 이미 끝내고 현재 건설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영광3, 4호기 건설중단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기존의 영광1, 2호기도 추방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영광원전3, 4호기는 이번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건설작업이 사실상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대다.
전국적 조직인 전국 핵발전소 추방위원회(공동대표 최열) 는 8일 영광 성산리에 진상조사단을 파견하고 그결과에 따라 한전책임자를 검찰에 고발하거나 대대적인 집회 개최등을 고려하는등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중에 있다.
이에따라 9월5일의 역학조사가 외풍(?) 없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복되고 있다.
한편 유전학· 핵의학 전공일부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의학적 조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즉 무뇌아의 경우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돼 일어나는 다인자성 유전질환으로 원인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현재 의학수준으로 방사선에 의해 무뇌증이 일어났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거의 불가능에가깝다는 것.
경미하나마 방사능 피폭이 확인된 김동필씨 (24)의 경우는 김씨가 받은 방사선에 의해 김씨의 딸이 기형 증세를 보였는지 여부도 사람의 유전자 배열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확한 원인규명을 한다는 것은 무리라는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국 의학적 조사에 의해 어떤 결과가 도출된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영광주민과 반핵단체들이 어느정도 수긍할는지는 의문시된다.
한편 이번 사건을 통해 노출된 가장 큰 문제점은 원전 인근주민들이 발전소측에 상당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
이같은 불신은 근본적으로 발전소측의 PA사업(국민홍보및 이해) 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자의 대다수가 원자력발전을 찬성하나 자신들의 생활주변에 원자력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은 조사 대상자의 85%가 반대하고 있는 입장.
즉 기분 나쁜(?) 원자력발전소를 자기 주위에 건설하는 것은 대부분 싫어해 발전소측은 원전주위 주민들에게 각종 홍보사업과 지원을 강화, 이해를 얻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하겠다.
영광원전의 한 관계자는『인근주민들이 기초지식과 이해가 없어 아무리 얘기해도 원자력의 필요성과 안전성을 수긍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자력을 이해할 책임은 인근주민에게 있기보다 발전소측의 노력에 있는 것이므로 인근 주민들을 고압적 자세로 대한다면 발전소측과 주민간의 분쟁은 발전소가 폐쇄되는 날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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