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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치매, 알고보니 해마세포가 죽는 것…“해결책도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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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스트레스가 이어지면 우울증과 치매는 물론 조현병까지 생길 수 있다. [중앙포토]

만성 스트레스가 이어지면 우울증과 치매는 물론 조현병까지 생길 수 있다. [중앙포토]

  스트레스가 만성적으로 이어지면 우울증 등 각종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할 경우 치매나 조현병 등 치명적인 퇴행성 뇌 질환과 뇌 손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뇌 기능의 손상을 일으키는 정확한 메커니즘이나 이에 따른 치료방법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2일 우울증이나 치매ㆍ조현병과 같은 각종 정신질환의 원인을 밝혀냈다. 또 어떻게 하면 이런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도 찾아냈다. 아직은 실험실 단계의 연구성과이지만, 머잖아 우울증ㆍ치매와 같은 정신질환도 근본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데 의미가 크다.

DGIST 유성운(뇌ㆍ인지과학전공) 교수팀은 우선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뇌 질환이 ‘오토파지’(Autophagy)에 의한 해마 신경 줄기세포의 사멸 때문임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오토파지란 세포가 악조건에서 세포 내부의 물질을 스스로 먹어치우면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반응이다. 연구팀은 쥐의 신경 줄기세포와 유전자 조작 쥐 실험을 통해 주요 오토파지 유전자 중의 하나인 ‘Atg7’을 없앴을 때 신경 줄기세포가 죽는 것이 방지되고, 스트레스 증상 없이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유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스트레스에 의한 오토파지 유도와 오토파지 유전자 억제에 의한 신경줄기세포 보호 관찰결과. [자료 DGIST]

스트레스에 의한 오토파지 유도와 오토파지 유전자 억제에 의한 신경줄기세포 보호 관찰결과. [자료 DGIST]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뇌 속에서 오토파지 유전자를 제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연구팀은 해마 신경줄기세포에서 오토파지를 조절하는 원리를 더욱 심도있게 탐색했다. 그 결과, 오토파지 반응의 첫 신호를 알리는 ‘SGK3’라는 유전자가 자가포식 세포 사멸을 유도하며, 이 유전자를 제거할 경우 신경 줄기세포가 스트레스로 인한 세포사멸을 겪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약물을 통해 SGK3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만성 스트레스로 신경 줄기세포가 자가포식 현상으로 보이면서 죽어가는 원리를 명확하게 밝혔으며,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뇌 신경질환의 새로운 치료 후보 표적을 찾아냈다”며 “지속적인 관련 연구로 우울증ㆍ치매 등 뇌 신경질환의 조기 치료가 가능한 수준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현재 중국 국립화합물은행과 공동연구로 SGK3 억제제를 개발 중에 있어, 기존보다 더 효과가 빠르고 우수한 정신질환 치료제 개발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자가포식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오토파지(Autophagy)’ 저널에 6월 24일 게재됐다. 연구에는 DGIST 뇌ㆍ인지과학전공 정성희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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