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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북·미회담에 “文, 객으로 전락” 쓴소리하면서도 북풍' 여의도 덮칠까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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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고 1일 보도했다.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고 1일 보도했다. [뉴시스]

지난달 30일 전격적인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야권이 1일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에 대해선 평가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감이 미흡했던 지점을 꼬집었다.

나경원 "주인이 밖에서 대기", 손학규 "文 역할 없었다." #야권 내부에선 정상회담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 #북한 목선 묻힐까 우려, 일각선 "성과없어 금새 식을 것"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사적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협상이 순항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어제 회담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한 것은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북한이 미국과 접촉하면서 한국 정부의 참여를 봉쇄하는 외교전략)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사이에서 또 다른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운전자로 시작해 중재자를 자처하더니 이제는 객(客)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주인인 대한민국이 회담장 밖에서 대기하는 현실이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비핵화를 미북 정상 간 회담에만 기댄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가 ‘셀프 패싱’을 자초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실제로 변한 것이 없다. 핵미사일, 대북제재 상황은 2년 전과 같다”고 선을 그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이뤄진 회담에서 대통령은 역할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혼자서 경계선에서 김정은을 맞이했고, 회담 장소엔 성조기와 인공기만 걸려 있었다”며 “남·북·미 정상이 함께 한 시간은 3분에 불과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된 53분간 문 대통령은 다른 방에서 기다려야 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야권의 반응에는 자칫 ‘북풍’의 영향력이 커질 경우 정국의 흐름이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4월 27일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뒤 한동안 ‘북풍’이 모든 이슈를 잠식하면서 야권은 2개월 뒤 치른 지방선거에서 완패한 경험이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여론의 관심이 온통 북한으로 집중되면서 도저히 힘을 쓸 수 없었다.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어떤 견제나 비판도 먹히지 않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을 둘러싼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데 정상회담 이슈가 부각되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 부두에 정박, 현장에 출동한 해양경찰에 조사 받는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은 당시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북한어선과 어민이 경찰에 조사받는 모습. [뉴스1]

지난달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 부두에 정박, 현장에 출동한 해양경찰에 조사 받는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은 당시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북한어선과 어민이 경찰에 조사받는 모습. [뉴스1]

반면 일각에선 정상회담 이슈가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기대도 있다. TK(대구·경북)의 한 초선의원은 ”북·미가 됐든 남·북이 됐든 정상회담은 이미 몇 번 먹어본 음식이다. 국민의 기대치가 높아져 있기 때문에 실무협상에서 어떤 획기적인 새 메뉴가 나오지 않으면 이전처럼 파급력을 갖기 어렵다“며 ”지금 비핵화와 관련해 실제로 진전된 건 아무것도 없다 보니 하루가 지난 오늘부터는 여론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날  북한 선박의 삼척항 입항 사건에 대한 은폐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당론으로 제출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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