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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G20 끝나자 칼뺐다···韓반도체 부품 사실상 금수조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정부가 1일 징용 문제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를 발동하면서 양국의 외교적 충돌이 더 격화될 전망이다.

경제산업성은 "한국과 신뢰 깨져 규제한다"발표 #日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대항조치 아니다"부인 #"반한감정 선거 이용 비판 피하려는 의도인 듯" #요미우리 "日정부, 수출 불허 방침 사실상 금수"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오전 10시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개정에 대해’라는 발표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뒤 관련 브리핑을 했다.

예고된 대로 TV와 스마트폰,반도체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가 주된 내용이다.

TV와 스마트폰의 유기EL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또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고순도불화 수소) 등 총 3개 품목을 7월4일부터 ‘포괄적 수출 허가’대상에서 제외하고 개별적인 수출허가대상으로 전환키로 했다.

4일부터 한국에 관련 품목을 수출하려면 계약 건 당 허가와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또 첨단재료 등의 수출과 관련해, 안전보장상의 우호국을 ‘화이트(백색)국가’로 지정해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해 주고 있는 외국환관리법상 제도의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관련 절차를 7월1일부터 밟아나간다는 것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1일자에서 “일본 정부는 기본적으로 수출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사실상의 금수조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가지 품목들 중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의 경우 전세계 수출시장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전후이기 때문에 한국의 관련 업계엔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의 배경과 관련해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에 근거해, 수출관리를 적절하게 실시한다는 관점에서 한국 수출에 대해 엄격한 제도 운용을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수출관리제도는 국제적인 신뢰관계를 토대로 구축되는 것이지만, 관계부처들의 검토 결과 한ㆍ일간에는 신뢰관계가 현저하게 손상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과는 신뢰관계를 기초로 한 수출관리가 곤란해졌다”고 했다. “한국과의 수출관리를 둘러싸고는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하기도 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발표자료에 ‘대한민국’을 적시했고, 특히 ‘신뢰관계의 붕괴’를 그 배경으로 꼽은 건 이번조치가 징용 재판에 대한 보복조치적 성격이 있음을 사실상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은 1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한 수출관리제도의 적절한 운용을 위한 것으로, (징용문제에 대한 보복카드로 준비해온) ‘대항조치’가 아니며,자유무역에 역행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한국에 압류된 일본 기업들의 자산이 매각돼 실질적인 피해를 입을 경우’ 대항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런점에서 자산 매각 단계 전에 기습적으로 발표된 이번 조치는 “7월21일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민들사이엔 “지난해 10월30일 대법원의 징용 판결이후 한국 정부는 일본의 외교 협의 요청을 8개월여 동안 계속 무시하며 굴욕을 안겼다”라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보수층 국민들의 감정을 잘 알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G20(주요20개국)정상회의 폐막 직후 관련 조치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국내적으로는 반한감정을 선거에 활용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대항조치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비판을 피해가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 사이엔 이번 조치가 일본의 입지를 좁힐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번 조치를 ‘극약 처방’이라고 규정했다. 신문은 “국제사회에서 그동안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강조해왔던 일본이 ‘통상의 룰을 자의적으로 운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면서 ”일본산 반도체재료 등의 안정적 조달이 어려울 경우 (한국 기업이)다른 조달처를 찾아 나서는 등 ‘탈(脫) 일본’ 움직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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