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엔드 코리안 워" VS "땡큐 트럼프"…트럼프 방한 맞은 두 외침

중앙일보

입력

취임 후 두 번째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 행렬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출발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취임 후 두 번째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 행렬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출발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이틀째인 30일, 서울 도심은 “땡큐(Thank You) USA(미국), 땡큐 트럼프”와 “노(No) 트럼프” 두 갈래의 목소리로 나뉘었다. 친미ㆍ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동맹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는 행사를 열었고, 반미ㆍ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미국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비판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최고 수위의 비상대응 체제를 유지했으나 우려했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진보 단체 “한반도 긴장 고조, 미국 규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9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규탄”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 하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한다”며 구호를 외치다 경호상의 이유로 이동 조처되기도 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도 이날 오전 10시부터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북ㆍ미 싱가포르 성명을 이행해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체제를 보장해준다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트럼프 미 대통령이 평화를 지키기 위한 여정에 앞장선다면 기꺼이 지지하며 함께 할 것이며, 그 길에 역행한다면 규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남ㆍ북ㆍ미 정상 간 DMZ 회동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규현 평통사 상임대표는 “회동과는 별개로 남북관계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개성공단 운영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통사 측은 기자회견 이후 청와대 방향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할 계획이었지만 서울 종로경찰서는 경호 등의 이유로 행진 금지를 통보했다. 경찰이 막아서자 이들은 “경찰이 문을 열 때까지 ‘평화백배’를 하겠다”며 제자리에서 절을 이어갔다.

보수 단체 “한ㆍ미 동맹만이 살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30일 오전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고 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30일 오전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고 있다. [뉴스1]

보수 단체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 환영 행사를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천만 국민운동본부(석방운동본부)’와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는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중구 청계광장과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굳건한 한ㆍ미 동맹으로 대한민국을 지키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U.S.-ROK ALLIANCE(한미 동맹)” “FREE Park(박근혜를 석방하라)”는 문구가 새겨진 깃발을 들고 흔들었다. 이날 집회는 대한애국당(우리공화당) 주도로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북한은 핵 폐기 의사가 없으며 한ㆍ미 동맹 강화만이 대한민국이 살 길이다”고 주장했다.

오전 11시 5분쯤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인 ‘더 비스트(The Beast)’가 청와대로 이동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 앞 도로를 지나자 이들 단체 회원들은 도로 주변에 설치된 경찰 펜스 옆 인도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땡큐 USA, 땡큐 트럼프” 등을 외쳤다.

경찰 '갑호 비상'…큰 충돌은 없어

이날 경찰은 최고 수위 비상령인 ‘갑(甲)호 비상’ 체제를 유지했다. 갑호비상은 외국 정상의 국빈 방문이나 대선 등 국가적 중요 행사가 있을 때 발령하며, 가용 경찰력을 100% 동원할 수 있다. 경계강화 발령 지역에서는 전 경찰관이 비상연락체계를 유지하고, 작전부대는 출동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지난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 때도 갑호비상이 내려졌으나 당시 집회 참가자 일부가 도로를 향해 물병ㆍ형광봉ㆍ유인물 등을 던져 경호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주한미국대사관 측 도로를 역주행하기도 했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지날 때 시위대의 반응이 고조돼 긴장이 흘렀으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