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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마시면 천국!” 루터의 튀는 예찬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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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2호 20면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
고상균 지음
꿈꾼문고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다음과 같이 ‘시한부 금주 선언’을 했다. “이제부터 나는 아버지의 나라에서 너희와 함께 새 포도주를 마실 그 날까지 결코 포도로 빚은 것을 마시지 않겠다.”(마태오의 복음서 26:29) ‘교회라는 형태로 아버지의 나라가 이미 왔다’고 보면 ‘금주령’이 풀렸다.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는 수도원에서 빚은 맥주가 유럽사에 미친 영향을 다룬다. 특히 개혁과 변혁이 있는 곳에는 항상 맥주가 있었다. 이 책은 ‘유럽 맥주 관광 안내서’이자 국내로 수입된 유럽 수도원 맥주에 대한 안내서다. 흥미로운 내용으로는 다음과 같은 게 있다.

중세 수도자들은 맥주를 물처럼 마셨다.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운영된 수도원에 맥주 생산은 주요 수입원이었다. 수도원은 교회가 타락할 때마다 교회 개혁 운동을 일으킨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화장치였다. 하지만 맥주 판매로 얻은 막대한 수입은 많은 수도원을 타락으로 이끌기도 했다.

“맥주를 마시면 배 속이 정화되며 마음이 가볍고 즐거워진다.” 2012년 가톨릭 성인으로 시성된 힐데가르트 폰 빙엔(1098~1179)이 남긴 말이다. 수도원장이었던 힐데가르트 성녀는 당대 최고의 학자·신비주의자·개혁가였다.

마르틴 루터(1483~1546) 또한 맥주 예찬론자였다. 루터의 맥주 사랑은 그가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수사신부 출신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는 설이 있다. “맥주를 마시는 사람은 일찍 잠자리에 든다. 오래 자는 사람은 그만큼 죄를 짓지 않는다.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은 하늘나라에 들어간다! 그러니 맥주를 마시자!”

루터의 아내인 카타리나 폰 보라(1499~1552)는 수녀 출신이었다. 수도원에서 배운 맥주 양조술로 양조장과 맥줏집을 운영했다. 루터는 위대한 학자이자 혁명가였지만, 돈에 대해는 무관심했다. 카타리나가 맥주로 자금을 마련하지 않았다면 남편의 종교개혁에 차질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김환영 대기자/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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