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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달라" 광주 찾은 김부겸, 강연장서 구청장들 쫓아낸 까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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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광주 라붐 웨딩홀에서 '자치분권 시대의 지역혁신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광주 라붐 웨딩홀에서 '자치분권 시대의 지역혁신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광주강연에서 당소속 광주 구청장들을 강연장에서 일부 참석자들에게 "나가달라"고 제안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 의원은 27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라붐웨딩홀 연회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조찬포럼에서 '자치분권시대의 지역혁신과제'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 처음으로 광주를 찾은 김 의원은 이날 민주당 당원, 관계자 등 150여명과 함께 조찬을 한 후 강연 참석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강단에 올라섰다.

강연에 앞서 김 의원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도 "각 지역을 지키고 있는 구청장님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시면 어떡하나"며 강연장의 경직된 분위기를 풀었다.

이날 강연장에는 임택 광주 동구청장, 서대석 서구청장, 김병내 남구청장, 김삼호 광산구청도 참석했다. '지역주의 타파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TK출신 김 의원의 자치분권 강의를 듣기 위해 참석한 것이다.

이에 김 의원이 "오늘 주제가 구청장을 욕하는 것이다. 다 바쁘신 분들이니 빨리 보내드리는게 어떨까요?"라고 말했고,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날 김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를 언급하며 자치 분권에 대해 이야기를 풀었다. 그렇게 강연이 시작된지 2분 뒤 김 의원은 다시 구청장들을 향해 "아니, 구청장님들 나가시라니깐. 빨리 박수 한 번 쳐드립시다. 어서 가시라고"라고 말하며 박수를 유도했다.

현장에서는 또 다시 웃음이 터져나왔다. 여러차례 "가시라"고 말하는 김 의원의 요청에 구청장들과 보좌관들이 강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웃으며 박수를 치던 강연 참석자들은 "진짜 가는 거야?", "구청장들 진짜 갔어?"라고 말하며 텅 빈 구청장석과 강연장 문을 번갈아봤다.

이후 김 의원은 다시 강연을 시작했다.

김 의원은 강의 20여분이 지난 뒤 '주민 자치'에 관련 내용에 접어들자 구청장들을 내보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제가 아까 구청장들에게 나가라고 했는데 이 이야기 때문에 그랬다"며 "민주주의 핵심은 국민이 주인이 돼서 자기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책임을 나누는 것이다. 결국은 기관장들이 주축이 되는 기관자치가 아니라 주민자치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자치에 대한 비판 때문에 구청장을 내보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강연 전 이미 구청장들과 "나가달라"는 이벤트에 암묵적으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구청장들을 내쫓은 것과 관련 "그분들은 오전에 가장 바쁜 분들이다. 오늘 아침에만도 약속이 두세 개씩 있는데 내 체면치레를 위해 참석해준 것"이라며 "배려차원에서 먼저 보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은 이날 포럼에서 "보수와 진보는 정책적 차이인데 '빨갱이' 딱지를 붙이는 그런 정치는 없어져야 한다"며 "반공 하나로 견뎌온 정치논리는 이제 먹히지 않는다"며 반공의 정치논리를 버리고 통합정치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균형발전, 주민자치, 정치·사회적 양극화 해소, 공존의 공화국, 안전한 사회 등을 이야기한 후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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