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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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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내용보다 형식이 더 거창한 면이 있다. 약 10년 전 세계 금융 위기 때는 이 회의가 주요 국가들에 협력을 촉구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추상적이고 진부한 성명서 발표가 계속됐다.

무역 전쟁에서 한 발씩 물러나고 #북핵 협상 진전될 계기 만들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래 G20 정상회의는 한층 심각한 난관에 부닥쳤다. 2017년 미국은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작년 부에노스아이레스 회의에서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대한 휴전에 합의했는데, 수개월 뒤에 미국은 압박을 재개했다.

28~29일에 열리는 오사카 정상회의는 세계 경제와 한반도 상황에 매우 중대한 행사다. 전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를 중국 대 세계가 싸우는 전쟁터로 변질시키려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물품에 3000억 달러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의향이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하지만 중국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미국은 경제 침체를 우려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는 급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에도 경제적인 부담이 된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거래하기도 어려워진다.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보았듯이 정상들의 회의는 마법 같은 합의를 생산하지 않는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원칙적으로는 협상 타결에 합의했다. 중국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몇몇 분야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 걸음씩 물러날 의사가 있는 듯하다.

북한 문제도 폭넓은 관점에서는 미·중 관계에 기여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최근에 북한을 방문했다. 그의 행보는 북한 편을 들 의향이 분명히 있지만 큰 틀에서의 북한 문제 해결을 바란다는 상반된 두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 사설에 따르면 시 주석은 경제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북한 정권의 결단을 칭찬했다. 이것은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는 암시일 수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보여 왔다. 이란과의 갈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파의 조언을 물리치고 미국 무인정찰기 격추에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북한이 5월에 실시한 미사일 실험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하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과 친서를 주고받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할 의지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그러나 외교는 무의미한 절차가 아니며,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만약 비핵화 협상이 다시 본격화한다면 그 과정은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준비 절차를 밟고, 영변 핵시설 폐기로 이어질 것이다. 북한에 어떤 대가를 어떻게 지불하느냐는 점이 문제가 될 터인데, 답은 비교적 명확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중국의 역할은 다소 복합적일 듯하다. 북한에는 안전을 보장해 주는 한편 비핵화 합의에 대해서는 입장을 단호히 밝힘으로써 일종의 중개인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중국은 남북한 휴전을 대체하는 유의미한 평화 체제 구축을 지지하고 있다. 중국이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면 이런 목표를 추진해 볼 만하다.

물론 이러한 전망은 희망적 그림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늘 가변적이다. 그의 변덕에 따라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온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 요소다. 한반도 문제는 상당히 난해한 사안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말할 때와는 다른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어쨌든 그는 자신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사라고 계속 주장할 것이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