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워진 불법 천막을 둘러싸고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과 서울시의 강경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5월 10~11일 우리공화당이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다가 사망한 5명을 추모하겠다는 명분으로 광화문광장 한쪽에 천막 2개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를 불법 시설로 규정해 철거를 수차례 공언해왔지만, 그때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천막을 철거하면 박 시장을 단두대에 세우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25일 오전 서울시가 용역 인력을 동원해 전격적으로 천막 2개를 철거하자 우리공화당 측은 이날 오후 기습적으로 천막을 재설치하며 저항했다. 천막 숫자는 되려 10개로 늘었다. 허를 찔린 박 시장은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행정대집행 절차를 (다시) 거칠 수밖에 없다”며 “철거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은 형사고발 처리하고 조원진 대표의 월급가압류를 신청해 (철거비용을) 끝까지 받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견 협상의 여지가 한 치도 보이지 않는 치킨게임이지만, 정치적 주판알을 튕겨보면 양측 모두에게 득이 되는 ‘윈윈 게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공화당의 천막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정치적 상징물”이라며 “박 시장은 이를 저지하는 모습을 통해 여권 지지층의 호감을 얻는 한편 ‘촛불혁명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권 대선주자군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모두 상처를 입은 상황이어서, 박 시장의 이런 선명한 행보가 여당 지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 상태다.
우리공화당 측도 잃을 것이 없다. 우리공화당 측 관계자는 “박 시장이 강하게 나올수록 내부적으로는 지지층 결집력이 높아지고, 외부적으로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때문에 당 홍보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무대에서 정치 투쟁을 벌이면서 의석이 2석에 불과한 신생 정당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인지연 당 대변인은 “(서울시가) 천막 두 개를 철거하면 네 개를, 네 개를 철거하면 여덟 개를 친다는 것이 대원칙”이라며 “시가 철거할 경우 다시 천막 설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자유한국당이 찜찜한 분위기다. 황교안 대표 체제의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마당인데, 우리공화당의 장외투쟁 때문에 다시 ‘친박’이 정치의 한복판에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창당과 당명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이라며 친박 지지층을 흡수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당의 한 재선의원은 “홍 의원 이후 추가 이탈은 없지만, 황 대표가 연이은 설화로 주춤한 상황에서 우리공화당쪽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것은 껄끄럽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