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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42명" vs "비용 2억"···공화당 천막 철거현장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는 25일 새벽 광화문광장의 대한애국당 천막을 기습 철거했다. 천막 잔해가 세종대로에 널려 있다. 최정동 기자 20190625

서울시는 25일 새벽 광화문광장의 대한애국당 천막을 기습 철거했다. 천막 잔해가 세종대로에 널려 있다. 최정동 기자 20190625

25일 오전 서울시는 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이 광화문 광장에 설치한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설치된 지 47일 만이다. 광화문광장에서 시설물 강제철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공화당 측은 반발했지만 서울시는 철거·점거비용 약 2억원을 우리공화당에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25일 오전 광화문 천막 강제철거 #우리공화당 "부상 42명. 농성 이어갈 것" #서울시 “불법점거·철거비용 2억 청구 예정” #박원순 시장 “앞으로도 불법에 단호 대처”

서울시는 이날 오전 5시17분 철거집행을 선언하고 철거에 들어갔다. 철거에는 서울시 직원 500명과 용역 400명을 비롯해 경찰 24개 중대와 소방인력 100명 등 2270명이 투입됐다. 애국당 측 250~300명이 이를 막아섰다. 약 1시간 30분만인 6시40분 서울시는 철거를 마쳤고 9시쯤에 모두 마무리했다. 철거 시작 4시간 만이다. 서울시 측은 철거 후 천막이 있던 자리에 3m 높이 대형 화분 15개를 두었다. 천막 재설치를 막기 위해서다.

서울시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우리공화당(대한애국당)의 농성 천막을 철거한 뒤 이 자리에 대형 화분을 놓고 있다. 2019.6.25/뉴스1

서울시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우리공화당(대한애국당)의 농성 천막을 철거한 뒤 이 자리에 대형 화분을 놓고 있다. 2019.6.25/뉴스1

철거가 마무리됐지만 우리공화당은 광장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공화당 측은 “강제철거로 42명이 부상을 당했다”며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끝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원 김모(60)씨는 “새벽에 잠을 자고 있는데 철거반이 들이닥쳐 무릎으로 머리를 때리고 천막에서 끌어냈다”며 “병원에서 방금 엑스레이를 찍고 왔다”고 말하며 약봉지와 진단서 등을 보여줬다. 김씨의 검은색 상의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어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병원 이송자는 55명(시 용역 6명 포함)으로 이들은 가벼운 호흡곤란 등을 겪었다.

낮12시쯤. 철거가 끝난지 3시간이 지났지만 공화당은 농성을 계속 이어간다. 이에 서울시도 경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용역업체와 시청직원 등 60여명을 광장에 두고 천막 재설치 등을 막는다. 경찰병력도 약 240명 대기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공화당의 광장 기자회견 등은 괜찮지만, 천막 재설치 등은 허용할 수 없어 경계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5일 오전 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 측 관계자들은 천막 철거 후 광장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김태호 기자]

25일 오전 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 측 관계자들은 천막 철거 후 광장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김태호 기자]

광화문광장을 사용하려면 7일 전에 사용허가 신청서를 내야 한다. 서울시가 사용목적 등을 판단해 허가를 내주는데 우리공화당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난 달 10일 천막을 설치했다. 뒤늦게 신청서를 냈지만 서울시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0일 우리공화당에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다. 서울시는 우리공화당 측에 지난 13일 오후 8시까지 천막을 철거하라는 마지막 계고장을 보냈다. 우리공화당은 버티기로 일관했다.

오히려 대형막사를 추가로 설치하고 취사도구와 취침공간도 마련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우리공화당은 천막 2동과 차양막 1동 외에 야외용 발전기·휘발유통 등을 들여왔다. 주간에는 100∼200명이, 야간에는 40~50명이 천막을 지켰다. 광화문광장을 무단점유해 불편을 느낀다는 시민 민원이 200건 이상 접수되는 등 갈등이 고조됐다. 서울시는 철거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시설물을 강제철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철거에 투입된 행정집행 비용과 무단점거 비용 등을 우리공화당에 청구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창옥 서울시 광화문광장관리팀장은 “오전 진행된 행정대집행에 투입된 집행비용 약 2억원과 변상금 약 200만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법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라며 “행정대집행은 법을 어기고, 절차를 무시하며,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행정대집행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광장을 다시 시민에게 돌려드리기 위한 불가피한 결단이며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대한애국당 광화문 광장 천막, 설치부터 철거까지

5월

10일 대한애국당,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천막 농성장 설치
11일 서울시, "13일까지 자진철거하라" 계고장 발송
12일 서울시, 계고서 이행 협조 공문 발송
13일 서울시, 대한애국당 사무총장 등 면담
14일 대한애국당, 광화문광장 사용허가 신청서 1차 제출.  서울시, 반려
15일 대한애국당, 광화문광장 사용허가 신청서 2차 제출.
조원진 의원, "강제철거 시, 박원순 시장 단두대 설치하겠다" 발언
16일 서울시, 광장 사용신청서 반려. 제2차 행정대집행 계고서 교부
대한애국당, 광화문광장 사용허가 신청서 3차 제출
20일 서울시, 신청서 반려

6월
7일 서울시, 3차 행정대집행 계고서 교부
25일 서울시, 철거 강제집행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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