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때 망루서 생존한 철거민, 결국 극단 선택

용산 참사가 발생한 2009년 1월 20일 서울 한강로 2가 재개발지역의 남일당 건물 옥상의 사고 현장. 경찰의 강제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옥상에 설치한 망루에 불이 나 쓰러지고 있다. [연합뉴스]

2009년 용산참사 당시 망루 농상에 올랐던 철거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도봉산 천축사 부근 숲에서 용산4구역 철거민이었던 김모(49)씨가 지난 23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전날 저녁 가족과의 통화에서 "내가 잘못되어도 자책하지 말라"고 말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에서 중국집을 운영한 김씨는 망루 농성에 참가했다. 망루에 불이 나는 참사가 발생했지만 4층에서 뛰어내려 생존했다.

이후 김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3년 9개월간 복역한 뒤 2012년 10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위원회 측은 "김씨가 출소 이후로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우울 등 트라우마 증세를 보이며 괴로워했다"며 "최근 몇 개월 전부터 증세가 나빠져 우울증 약을 복용했고, 가족들도 김씨가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회원들이 1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기한 연장과 용산참사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정의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용산참사 10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아직도 멈춰있다"며 "책임자 처벌 없는 진상규명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만 남길 뿐이다. 뒤늦었지만 고인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조속히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씨의 빈소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위치한 정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오는 25일 오전 5시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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