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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내가 꼰대처럼 생겼나요"…청년에게 달려가는 한국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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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내가 꼰대처럼 생겼습니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일 숙명여대 1학년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학생들은 웃음만 지었다. 별다른 답이 나오지 않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숙명여대를 방문, 학생들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숙명여대를 방문, 학생들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대표도 “아니요”라는 답변을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닌 듯하다. 그는 이날 특강에서 “청년들은 한국당이라면 ‘꼰대 정당’이라고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당을 꼰대라고 하는 분들에게 찾아가 진면목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숙명여대 강의도 그 일환이었던 셈이다. 황 대표는 “생각이 달라도 찾아가거나 그들의 말과 생각을 찾아 반추할 것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을 ‘청년 친화적 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황 대표는 최근 젊은 세대에게 바쁘게 손을 뻗고 있다. 지난 5월 ‘민생·투쟁 대장정’의 ‘시즌 1’을 마치고 ‘시즌 2’의 일환으로 전국의 대학교를 찾아 청년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부천대 대학생일자리센터를 방문했고, 바로 다음 날인 13일 충남대 산학협력단을 찾아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또 19일 전국 104개의 대학에 한국당의 대학지부를 새로 설치했다. 한국당이 전국 대학에 지부를 설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당의 ‘1세대’ 대학 지부장 중 한명인 충남대 재학생 이황헌(21)씨는 “그동안 한국당이 중점을 두었던 정책 등은 많은 대학생들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다. 특히 대학생들에게는 취업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부에서는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할만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당에서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리거나 로드맵을 제시한 것은 아직 없다”고 했다.

전국 대학 지부장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황 대표는 “대학 지부가 자리를 잡으면 강연도 다니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당은 22일엔 전국의 청년 당원들을 불러 모아 ‘청년전진대회’를 열고, 조만간 10명의 청년 부대변인도 임명한다.

일련의 노력이 한국당과 청년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 당 관계자는 “당에서는 청년 자원들이 밑에서부터 노력해 확장되는 방식을 꿈꿨는데, 황 대표는 일단 조직을 만들어 놓고 시작하는 ‘탑다운 방식’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기다리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미다.

18일 오후 부산을 방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역 청년 기초의원들과 호프집 회동을 갖고 있다. [뉴스1]

18일 오후 부산을 방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역 청년 기초의원들과 호프집 회동을 갖고 있다. [뉴스1]

황 대표의 취임 100일 기념 에세이집 ‘밤이 깊어 먼 길을 나섰습니다’의 공동저자인 유성호(30)씨도 최근 자신의 SNS에 황 대표의 약점을 청년과 여성이라는 점을 짚었다. 유씨는 “청년이나 여성 관련 행사에서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메시지만 쏟아냈다”며 “(황 대표의 주변 보좌진에게) ‘청년이랑 여성만 따로 메시지 팀을 두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복수의 응답을 들었다”고 적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5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황교안x2040 미래찾기'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5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황교안x2040 미래찾기'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과의 접촉면을 늘리면서 황 대표가 쓴소리를 듣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지난 5일 청년들과의 대화를 위해 국회 사랑재에서 개최한 ‘황교안×2040 미래찾기’ 토크 콘서트에서는 한 관객이 “청년들을 행사에 동원해 세를 과시하는 정치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황 대표는 “동원할 생각은 없지만, 청년들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꼰대 이미지’ 탈피에 대해 김태일 한국당 중앙대학생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와 청년들의 관심 사이에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황 대표가 관심이 있어서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한국당 중앙청년위원장인 신보라 의원은 “대학 지부가 대학생 당원들의 개성과 다양성을 표출할 운동장이 됐으면 좋겠다. 한국당에 대한 청년의 지지율이 낮은데, 각 지부에서 그 목소리를 전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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