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주년 국군의 날] 지뢰에 빼앗긴 '군인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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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수색정찰을 하다 지뢰 폭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설동섭(44.육사 40기)중령이 30일 투병생활 40개월 만에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눈물의 전역식을 했다.

사고 당시 머리까지 다쳐 부분 기억상실 증세까지 보인 설중령은 3년간 국군수도병원에서 다리 접합과 두부 파편 제거 등 네 차례의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아왔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군 당국은 설중령에 대한 배려를 검토했지만 다리 절단과 뇌경색으로 인해 '독자적인 출퇴근이 가능해야 한다'는 인사관리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부득이 전역시켰다.

당시 설중령을 구출하려다 함께 두 다리를 다친 이종명(43.육사 39기)중령은 지난해 육군대학 전략학처 교관으로 복귀했기 때문에 군인으로서의 길을 도중하차한 설중령의 마음은 더 착잡할 수밖에 없다.

휠체어에 앉은 설중령은 육사 동기생 30여명과 마지막으로 복무했던 전진부대 장병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20년의 군생활을 마무리하는 전역신고를 했다.

설중령은 중.고생인 두 딸과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두고 있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고, 일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부인 김윤희씨는 "얼마 전 남편의 휠체어를 밀며 함께 산책을 하는데 남편 부대의 수색대대 병사가 다가와 '정신교육 시간에 설중령님의 지휘관으로서의 솔선수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감명을 받았다'고 말해 가슴이 뭉클했다"며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남편의 뜻이 헛되지 않게 힘들지만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설중령에게 격려 서신을 보내 "부하를 사랑하고 자기 임무에 최선을 다한 명예로운 참군인의 표상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밝히고 격려금을 전달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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