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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인형으로 돌아온 처키, 더 똑똑하고 무서워졌다

중앙일보

입력

영화 '사탄의 인형'이 31년 만에 인공지능 처키를 내세운 리부트판으로 돌아왔다. [사진 이수C&E]

영화 '사탄의 인형'이 31년 만에 인공지능 처키를 내세운 리부트판으로 돌아왔다. [사진 이수C&E]

빨간 머리에 멜빵바지, 식칼을 치켜든 무서운 인형 ‘처키’가 돌아왔다. 이번엔 인공지능(AI) 인형이다.

공포영화 사상 가장 무서운 인형 #31년 만에 인공지능으로 리부트 #요즘 스마트기기 연상돼 오싹 #CG 아닌 로봇 인형 만들어 촬영

3000억원 매출 올린 공포 인형 

20일 개봉한 ‘사탄의 인형’(감독 라스 클리브버그, 청소년관람불가)은 동명 공포영화 시리즈의 리부트판. 이 시리즈는 1988년 1편을 시작으로 7편까지 이어진 영화를 비롯해 만화‧비디오게임‧완구 등으로 전 세계에서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 수입을 올렸다. 처키는 그간 인형의 몸으로 무차별 살육도 모자라 결혼을 하고(‘사탄의 인형4-처키의 신부’), 자식까지 낳았는데(‘사탄의 인형5-사탄의 씨앗’) 이번 영화는 그 모든 이야기의 탄생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31년 전 오리지널 '사탄의 인형' 1편에서 인형 처키와 소년 앤디. 이번 처키와는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사진 IMDB]

31년 전 오리지널 '사탄의 인형' 1편에서 인형 처키와 소년 앤디. 이번 처키와는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사진 IMDB]

31년 전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플라스틱 인형으로 등장한 처키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더 똑똑해졌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장착한 최첨단 스마트기기로 업그레이드된 것. 엄마와 단둘이 사는 소년 앤디(가브리엘 베이트먼)는 생일선물로 받은 인공지능 인형에 ‘처키’란 이름을 지어주고 아끼지만, 자신을 향한 처키의 집착이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친숙한 인공지능, 살인무기로 돌변

이번 영화의 처키는 대기업 캐슬란의 제품이면 TV부터 온도조절장치,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등 뭐든 접속 못하는 기기가 없다. 외톨이 소년이 친구 대신으로, 편하니까, 의지했던 똑똑한 기능들이 고스란히 살인무기로 돌변해 빠져나갈 틈이 없다. 인공지능이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현실이 된 시대라서 더 소름 돋는다.

리부트판 영화에서 주인공 앤디가 인공지능 인형 처키와 대화하며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 이수C&E]

리부트판 영화에서 주인공 앤디가 인공지능 인형 처키와 대화하며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 이수C&E]

오리지널 시리즈의 처키는 연쇄살인마의 영혼이 깃들어 살인 인형이 됐다는 설정. 리부트판의 처키는 제조공정에서 벌어진 사고로 모종의 안전장치가 빠졌다는 설정이다. 아무런 윤리관념이 없는 처키는 공포영화를 보고 즐거워하는 앤디의 반응을 완전히 오해한다. 극 중에 고전 공포영화 ‘텍사스 전기톱 학살’(1974)에서 사람 얼굴 가죽을 쓰고 전기톱을 휘두르는 사이코패스 살인극이 살벌하게 패러디되는 배경이다.

오싹한 공포물이자 통쾌한 성장영화 

사람들이 무심코 내뱉은 악담이나 폭력적인 장난을 정색하고 실천에 옮기는 처키의 모습은 어른들을 따라 하는 아이 같아 뜨끔하기도 하다. 외톨이였던 앤디가 처키에 맞서 새로운 친구들과 뭉치는 모습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아이들의 성장담을 버무려낸 공포영화 ‘그것’(2017)을 연상시키도 한다.

카메라 기능이 있는 처키의 눈에 포착된 앤디의 모습. [사진 이수C&E]

카메라 기능이 있는 처키의 눈에 포착된 앤디의 모습. [사진 이수C&E]

처키 목소리엔 '스타워즈' 그 배우 

이번 영화는 프로듀서 등 ‘그것’의 제작진이 만든 작품. 연출은 여러 공포 단편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신예 라스 클리브버그 감독이 맡았다. 공포영화 ‘애나벨’의 톰 엘킨슨 편집감독 등 베테랑들이 빚어낸 고어‧슬래셔 장면들은 원작의 명성을 잇기에 충분하다. 더욱 실감나는 효과를 위해 CG(컴퓨터그래픽)가 아니라 로봇처럼 움직이는 애니매트로닉 인형 6개를 만들어 처키 캐릭터를 구현했다. 의료용 라텍스로 만든 피부, 디지털로 조작하는 안구 등도 정교하다.

순진함과 사악함을 오가는 처키 목소리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랜 주역 루크 스카이워커를 연기한 마크 해밀이 맡았다. 어린 소년 앤디 역의 가브리엘 베이트먼은 ‘라이트 아웃’ '애나벨’등 공포영화에 익숙한 아역이다.

TV, 자율주행자동차 등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캐슬란사의 스마트기기들. 이 편리한 원스톱 시스템은 처키의 손아귀에서 무시무시한 살인무기로 돌변한다. [사진 이수C&E]

TV, 자율주행자동차 등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캐슬란사의 스마트기기들. 이 편리한 원스톱 시스템은 처키의 손아귀에서 무시무시한 살인무기로 돌변한다. [사진 이수C&E]

'사탄의 인형' 탄생시킨 실제 괴담 

이 시리즈엔 밑바탕이 된 괴담도 있다. 로버트 유진 오토라는 소년이 1904년 할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인형에 자신의 옷을 입히고 사람처럼 대했는데, 그가 일흔 살에 죽은 뒤 박물관에 기증된 이 인형을 본 사람들마다 자동차 사고 등 불행을 겪었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토이 스토리4'와 개봉일이 같다. 의인화된 장난감을 처키와 정반대로 밝고 뭉클하게 그려낸 이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인 장난감 우디의 첫 주인 이름도 앤디였다.

'사탄의 인형' 미국판 포스터는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작 '토이 스토리4'를 장난스레 겨냥한 버전도 나왔다. [사진 IMDB]

'사탄의 인형' 미국판 포스터는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작 '토이 스토리4'를 장난스레 겨냥한 버전도 나왔다. [사진 IMDB]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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