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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엔 ‘미세먼지 커튼’ 고독사 막는 ‘LED 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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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민생활 혁신사업 데모데이’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심사위원들이 각 지자체의 사업계획을 듣고 소형 리모컨을 통해 평가 점수를 전송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민생활 혁신사업 데모데이’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심사위원들이 각 지자체의 사업계획을 듣고 소형 리모컨을 통해 평가 점수를 전송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19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 12동 대강당. 대형 스크린에 영국 영화 ‘스틸라이프’의 한 장면이 올라왔다. 홀로 죽음을 맞은 고인의 장례를 치러주는 공무원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어 ‘19.98’이라는 숫자가 큼지막하게 떴다.

행안부, 주민생활 혁신 데모데이 #“시원하게 픽미업…전국에 알려요” #쓰레기·교통 개선 사업 73개 선정 #건강검진·심리상담 버스도 눈길

충북 제천시 허찬영 정책연구원이 전국에서 모인 200여 명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교수·법조인·연구원 등 심사위원단 앞에서 ‘혁신사례 지원사업’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허 연구원은 “고독사 위험에 노출된 제천의 노인인구 비율이 19.98%”라며 “이들 가정에 동작감시센서가 달린 LED 조명을 보급하는 ‘안심지키미’ 사업을 펼치겠다”고 소개했다.

이날 행정안전부는 ‘주민생활 혁신사례 확산 지원사업 데모데이’를 열었다. 전국 시·군·구에서 주차·쓰레기·교통 등 주민생활 개선과 관련한 73개 혁신사업을 선정해 33억원을 지원하고, 이 중 21개의 우수사례를 공개했다.

행안부는 이날 데모데이 행사를 통해 5개 우수팀을 뽑아 각 3000만원의 추가 사업비를 지원했다. 발표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5분. 전문가 25명의 심사위원(총 50점)과 공무원 참석자 175명(50점)이 소형 리모컨으로 1~10점을 눌러 현장에서 투표했다.

노홍석 행안부 지역사회혁신정책과장은 “그래서 행사 이름을 스타트업이 투자자에게 사업모델을 공개하는 ‘데모데이’라고 정했다”며 “생활 속 문제 해결 솔루션을 축제 분위기 속에서 공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발표자들은 “전국으로 확산할 롤모델이 되겠습니다”는 포부부터 “추가 사업비가 반드시 필요함닷” “시원하게 픽미업” 같은 애교성 마무리로 분위기를 돋웠다.

경기 시흥시는 ‘찾아가는 건강버스’ 사업을 소개했다. 시흥에는 1만여 개의 공장이 있는데, 이 중 97.7%는 종업원 50인 미만의 소규모 업체다. 외국인 근로자도 1만6000여 명으로 전국 3위다. 이유미 시흥보건소 간호사는 “소형 버스를 건강검진 차량으로 개조하고 의사·간호사·영양사 등 6명의 전문인력을 배치했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 소통을 위해 결혼 이주여성을 안전보건강사로 양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버스 프로젝트’를 내놨는데 지역별로 특색이 있었다. 울산 북구에서는 정신건강상담 차량을 운행한다. 자살 사망사고가 늘고 있는데, 지역에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이 한 곳에 불과하고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다는 데 착안했다. 부산 사하구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차량에 싣고 이동하는 ‘온누비 차량’을 소개했다. 사하구는 전체 32만 인구 중 2만 명이 장애인(부산 2위)이다.

이날 67.6점을 얻은 제주도의 ‘청정제주 미세먼지 스톱’ 팀이 1위를 차지했다. 버스정류장에 대기정화 에어커튼과 슬라이딩 도어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한상연 서귀포시 주무관은 “기존 사업비가 7000만원이었는데 현장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3000만원을 추가로 받게 됐다”며 “청정 정류장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민정 심사위원(원광대 교수)은 “사업 적정성과 주민 체감도, 지역 특성 반영 등을 주로 평가했다”며 “무엇보다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정신건강 차량 서비스는 치료와 연계돼야 효과가 높다. 이렇게 지속 가능성과 확장성이 생활 혁신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조언했다.

세종=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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