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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역주행' 사망 여성…"친모 30년만에 와 보험금 타려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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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던 조현병 환자의 차량과 충돌한 사고로 숨진 예비신부 A(29)씨의 친모가 30년만에 나타나 보험금을 수령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지난 19일 A씨의 사촌언니라고 밝힌 청원자 B씨의 글이 올라왔다. '조현병 역주행사고 예비신부의 언니입니다. 자격없는 친권은 박탈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다.

B씨에 따르면 A씨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친부모가 이혼하면서 한 살배기 A씨는 고모집에 맡겨졌다. A씨는 5세 때 친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고모를 엄마, 고모부를 아빠라고 불렀고 사촌들과는 친남매처럼 지냈다. A씨 친모는 이혼 후 곧바로 새로운 가정을 꾸렸으며 아이 3명을 낳고 살았다. 하지만 A씨 사고 후 그동안 전혀 왕래 없었던 친모는 A씨가 사망한 뒤 친권을 주장하며 사망보험금을 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B씨는 "친모라는 사람은 이혼하자마자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 씨다른 동생 3명을 낳으며 일면식도 없이 여태까지 살아왔다"면서 "1000원 한 장도 내 동생을 위해 내민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저희 엄마 아빠는 어려운 형편에도 동생이 어디가서 기죽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키웠다"며 "저희는 공장도 다니면서 직접 학비를 벌어 전문대를 다녔지만 막내동생 만큼은 최대한 덜 고생시키려 애쓰면서 대학원까지 보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동생의 결혼을 축하하고 부부가 되는 모습을 기다리는 도중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져 우리 가족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그런데 친모가 나타나 친권을 내세우며 우리 가족을 또다시 마음 아프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친모 쪽에서 동생 장례식장에 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저희 가족이 모든 장례식을 치렀다"며 "가만히 지켜보다가 조용해지자 친모는 보험회사며 동생이 재직하던 회사며 사망보험금을 신청하러 다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예비신랑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해서 이제라도 엄마 노릇을 하려나 했는데 가장 마음이 쓰릴 예비신랑을 찾아가 준 적도 없는 양육비를 줬다고 하고 동생을 저희 엄마가 잘못 키웠다는 등의 욕을 했다"며 "또 이미 발급받은 사망진단서를 부산에서 (사고가 발생한) 대전까지 가서 다시 발급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십년이나 모르는 사람처럼 살아왔는데 무슨 친권 자격이 있다는 것인가"라며 "양육 의무는커녕 연락조차 안한 친모의 친권은 박탈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동생은 친모를 만나기를 거부했고 그림자조차 보지 않으려 했다"면서 "친권 주장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인권침해에도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B씨는 "동생이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됐어도 저렇게 엄마 행세를 했을까. 아마도 끝까지 피했을 것"이라며 "국민청원을 올려서라도 친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이렇게 가슴을 치면서 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20일 오후 10시 기준 3만3000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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