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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별명 검찰총각대장···9수하며 후배들 사시 과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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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년 전부터 검찰총장(검사 총각 대장)"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석열이는 10년 전부터 이미 검찰총장이었어요."

“사람에게 충성 않는다” 발언 유명 #한직 떠돌다 최순실 특검 팀장 #현 정부 들어 중앙지검장 발탁돼 #윤 후보자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윤 후보자와 서울대 법대 동기인 한 변호사가 남긴 말이다. 이 변호사가 언급한 '검찰총장'은 "검사 총각 중에 대장"이란 뜻이다.

그는 "내가 직접 소개해 준 여성만 5명이 훌쩍 넘는다"며 "석열이는 아무나 만나지 않을 정도로 눈이 높은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윤 후보자는 52세이던 2012년 3월, 12살 연하의 김건희씨와 결혼했다.

'9수' 끝에 사시 합격…'사시 과외 선생' 노릇도

서울 출신으로 충암고를 졸업한 윤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79학번이다. 김수남(16기)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남기춘(15기) 전 서울서부지검장과 석동현(15기) 전 서울동부지검장, 김영준(18기)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대학 동기다. 검찰 입문은 동기들보다 한참 늦었다. 윤 후보자는 대학 4학년 때 사법시험 1차에 붙었지만 2차 시험에서 계속 운이 따르질 않아 9수 끝에 1991년 합격했다.

'사시 낭인'이던 시절 윤 후보자는 서울대 도서관과 인근의 독서실 등지에서 후배들의 과외 선생 역할도 해왔다고 한다. 오랜 기간 시험을 공부한 만큼 모르는 게 없을 정도였다. 윤 후보자의 또 다른 대학 동기는 "석열이는 대학 때부터 열을 알면 스무개를 말할 정도로 달변가였다"며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여러 후배와 토론을 즐겨 신망이 두터웠다"고 전했다. 전·현직 검사 상당수가 윤 후보자로부터 '사시 과외'를 받고 법조계에 입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항명' 이후 검사 인생 격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윤 후보자는 '특수통' 검사의 길을 걸었다. 노무현 정권 초기인 2002년엔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을 해 법무법인 태평양에 1년여 몸담으며 잠시 다른 길을 걷다 '멘토'인 이명재 전 검찰총장 등 선배들의 권유로 검찰에 복귀했다.

윤 후보자는 이후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2007년 변양균·신정아 사건을 수사했다. 현대차 비자금 사건에서 검찰의 기소 법리를 구성하면서 지금은 사라진 대검 중수부의 선봉장으로 승승장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후원자' 고(故) 강금원 회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2009년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을 시작으로 중수부 2과장, 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중수부에선 C&그룹 수사,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주도했다. 당시 중수부 수사기획관이었던 우병우(50·19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손발을 맞췄다.

윤 후보자의 검사 인생은 2013년 10월 21일 이후 격변을 맞게 된다. 2013년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이던 윤 후보자는 직속 상관이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재가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다가 수사팀에서 전격 배제됐다.

"조직은 대단히 사랑하지만 사람엔 충성 안 한다" 

2013년 10월 21일 서울고검 국정감사 모습.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와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2013년 10월 21일 서울고검 국정감사 모습.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와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그는 며칠 뒤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초기부터 법무·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고 체포영장 청구 등은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관의 위법한 지시를 따를 수 없었다"라고도 했다. "조직을 대단히 사랑하지만 사람엔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자신의 SNS에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는 글을 썼다.

국정감사 이후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한직(閑職)인 고검 검사를 떠돌던 윤 후보자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전격 합류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고검 검사이던 윤 후보자를 검사장으로 승진시켰고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2005년 이후 줄곧 고검장이 맡아오던 자리다. 전임보다 다섯 기수 후배를 꽂은 파격 인사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윤 후보자의 인사 배경에 대해 "지금 현재 대한민국 검찰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라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검사가)그 점을 확실하게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후 윤 후보자는 국정농단 사건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까지 주요 적폐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청와대의 신임을 얻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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