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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농부와 친구 되는 시장…당근 잎 샐러드 맛볼까

중앙일보

입력

소중 학생기자단은 마르쉐에서 만난 농부 가족과 이야기를 나눴다. 충남 논산시에서 농장 '꽃비원'을 운영하는 가족이다. 왼쪽부터 오남도씨, 박주희·김윤수 학생기자, 정광하씨, 정원호군.

소중 학생기자단은 마르쉐에서 만난 농부 가족과 이야기를 나눴다. 충남 논산시에서 농장 '꽃비원'을 운영하는 가족이다. 왼쪽부터 오남도씨, 박주희·김윤수 학생기자, 정광하씨, 정원호군.

화창한 일요일 아침, 서울 종로구에 있는 마로니에공원에 활기가 가득합니다. 푸릇푸릇한 채소를 판매대 위에 잘 보이도록 진열하는 모습도 보이고, 채소와 과일 옆에 예쁜 꽃을 꽂아 장식하기도 해요. 판매하는 상품의 이름과 특징을 손님들이 읽을 수 있도록 미니칠판에 적기도 하고요. 이곳은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앳)’입니다. 줄여서 마르쉐라고 부르도록 하죠. 이곳에는 마트나 슈퍼마켓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김윤수·박주희 소중 학생기자단과 함께 시장 구경 한번 가볼까요.

기자단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싱싱한 채소들이었습니다. 양평에서 농사를 짓는 부부 농부의 채소였는데요. 채소와 함께 직접 만든 반려견 간식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강아지를 좋아하는 주희가 “마치 타르트처럼 생겼다”며 반색했죠. 마르쉐 시장의 다른 농부들로부터 재료를 받고, 동물병원의 자문도 받아 만들었다고 해요. 반려견과 함께 방문하면 시식할 수 있는 간식을 준답니다. ‘댕댕이’들에게 인기 만점일 것 같네요.

비닐봉지 대신 신문지에 싸인 각종 채소들과 그 뒤로 진열된 유정란의 모습.

비닐봉지 대신 신문지에 싸인 각종 채소들과 그 뒤로 진열된 유정란의 모습.

여러 가지 들꽃으로 장식한 완두콩 판매대.

여러 가지 들꽃으로 장식한 완두콩 판매대.

바로 옆 가게에는 신기하게도 아주 선명한 노란색을 띤 채소가 있었는데요. 윤수와 주희가 처음 보는 채소에 ‘이게 뭘까’ 궁금해하자 판매자인 정광하 농부가 호박이라고 알려줬어요. 주희는 “노각(늙은 오이)인 줄 알았어요”라며 웃었습니다. 노란 호박 옆에는 빨간 앵두 같은 것이 투명 용기에 담겨 있었어요. 주희가 “보리수나무 열매”라고 바로 알아봤죠. 부산에 있는 할아버지네 밭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해요. 윤수는 화분에 심겨 있는 허브들의 이름을 알아맞혔습니다. “이건 바질이고 이건 타임이에요. 제가 식물에 관심이 많거든요. 집에서 올리브랑 로즈마리도 키우죠.”

시장에는 구경할 게 정말 많았습니다. 윤수와 주희는 커다란 죽순을 보고 신기한 듯 들어보기도 하고, 각종 시식용 쨈을 비스킷에 발라 먹어보기도 했어요. 레몬커드를 맛본 윤수는 “새콤달콤하다”고 맛을 평가했죠. 오디 쨈이나 명이나물 페스토, 취나물 페스토, 아카시아 장아찌, 순무 김치 등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이색 음식들도 많았어요. 로메인·청상추·머위대·버터헤드 같은 생소한 이름의 채소들도 있었고요. 꽃을 흐드러지게 피운 대파도 있었어요. 우리가 늘 먹던 파의 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죠.

김윤수(왼쪽)·박주희 학생기자가 우리밀로 만든 천연 빵을 시식했다. 다른 빵집에서 파는 것보다 단맛이 적었지만 두 학생기자는 "맛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윤수(왼쪽)·박주희 학생기자가 우리밀로 만든 천연 빵을 시식했다. 다른 빵집에서 파는 것보다 단맛이 적었지만 두 학생기자는 "맛있다"고 입을 모았다.

크기를 선별하지 않고 수확한 그대로 가져온 토마토 중에는 두 손으로 잡아야 할 만큼 큼직한 것도, 조그맣게 방울방울 매달린 것도 있다.

크기를 선별하지 않고 수확한 그대로 가져온 토마토 중에는 두 손으로 잡아야 할 만큼 큼직한 것도, 조그맣게 방울방울 매달린 것도 있다.

흔히 보던 토마토도 마트에서 보던 것과는 모양새가 달랐습니다. 울퉁불퉁하고 크기도 각양각색이었죠. 경기도 광주에서 재배된 토마토인데요. 화학적인 약품을 뿌리지 않고 인위적으로 크기를 선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요. 한쪽에는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토마토 꽃을 꽃병에 꽂아놨어요. 윤수와 주희는 “토마토는 많이 먹어봤지만 토마토 꽃은 처음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마치 논에 온 듯 벼들이 늘어서 있는 풍경이 소중 학생기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전통농법으로 토종벼를 재배하는 우보농장의 판매대였어요. 토종쌀을 구입할 수도 있고, 소정의 후원금을 내고 5가지 토종벼의 모종을 가져갈 수 있죠. 윤수와 주희는 집에서 페트병을 이용해 벼를 기르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1개의 모를 심으면 10개로 불어나고, 여기서 1000개의 쌀알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해요. 직접 키운 쌀로 밥을 지어 먹으면 특별한 경험이 되겠죠.

김윤수(왼쪽)·박주희 학생기자 우리나라 토종벼의 여러 가지 모종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윤수(왼쪽)·박주희 학생기자 우리나라 토종벼의 여러 가지 모종을 들여다보고 있다.

농부뿐 아니라 농작물을 활용해 직접 조리한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요리사들도 마르쉐에 참여한다.

농부뿐 아니라 농작물을 활용해 직접 조리한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요리사들도 마르쉐에 참여한다.

자연의 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도 판매됐습니다. 무설탕 식혜, 각종 떡, 샐러드, 샌드위치, 전통 발효식초 음료, 초콜릿, 빵, 치즈 등 전부 맛보기 힘들 정도였죠. 곳곳에서 요리를 즐기는 모습이 보였는데요. 마르쉐에서는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보증금을 내고 친환경 재질의 그릇과 수저를 대여할 수 있어요. 음식을 먹은 뒤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줍니다. 또 비닐봉지 대신 재사용할 수 있는 종이가방을 사용하죠. 일회용 현수막 대신 분필로 적는 칠판을 활용하고요.

시장을 둘러본 뒤 소중 학생기자단은 사단법인 농부시장 마르쉐의 서은송씨를 만났어요. 서씨는 마르쉐가 “작은 농부들을 응원해주는 시장”이라고 설명했어요. “도시 소비자들은 자신이 먹는 채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올랐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2년부터 시작된 마르쉐는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농부들이 참여하는 시장이에요. 제철 작물들을 키우죠. 소비자가 생산자를 직접 만날 수 있고요. 농부 팀뿐 아니라 요리 팀, 수공예 팀도 참가하죠. 매달 주제를 갖고 열립니다. 6월 주제는 ‘여름채소’였어요. 혜화 시장이 규모가 커져서 합정과 성수에서는 좀 더 소규모로 채소시장을 운영합니다. 마르쉐가 지금은 서울에만 있지만, 앞으로 다채로운 시장들이 많아지고 이와 같은 문화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좋겠어요.”

마르쉐를 기획·운영하는 서은송(오른쪽)씨를 인터뷰 중인 학생기자단.

마르쉐를 기획·운영하는 서은송(오른쪽)씨를 인터뷰 중인 학생기자단.


<농부 정광하씨 미니 인터뷰>

정광하(오른쪽) 농부.

정광하(오른쪽) 농부.

마르쉐에서 만난 정광하 농부는 충남 논산에 있는 ‘꽃비원’이라는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여러 가지 과일나무와 채소를 기르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몇 가지 질문을 던졌어요.

-왜 마르쉐에 참여하게 되었나요.
“농산물을 택배로 보내면 서로 얼굴을 몰라도 멀리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죠. 하지만 이곳 시장에서는 직접 손님의 얼굴을 보고 내가 키운 농작물을 보여드리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농부는 어떻게 작물을 키웠는지 얘기하고, 손님은 내가 먹는 농산물이 어떻게 키워졌는지 알게 되죠. 이렇게 소통을 하다 보면 농부와 손님은 친구가 되기도 해요. 그런 점들이 좋아서 6년째 농부시장에 참여하고 있어요.”

-농부로서 기쁘고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요.
“손님이 농작물을 맛있게 드시면 가장 기쁘죠. 구매해 간 농작물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고 있는지 소식도 듣고요. 농사를 지으면서, 어떤 분들이 이걸 먹겠구나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오늘 준비한 채소를 자랑해 주세요.
“보리수라는 나무 열매를 가지고 왔어요. 옛날엔 흔했지만 지금은 흔하지 않은 열매죠. 씨앗 주변은 감처럼 약간 떫은맛이 나지만 잘 익으면 홍시처럼 단맛이 나고 말랑말랑해요. 양파와 마늘도 가져왔는데, 마트에서 파는 것과 다른 점은 크기가 제각각이라는 거예요. 장아찌를 담기 위해 아주 작은 크기의 양파만 원하는 손님도 있어요. 규격화하지 않은 다양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채소가 있나요.
“당근을 추천하고 싶어요. 마트에서 파는 당근은 크기가 크고 잎사귀가 없죠. 당근 잎을 처음 보는 친구들도 많을 거예요. 당근 잎을 먹으면 어떤 맛이 나는지 알고 있나요. 뿌리가 작을 때는 잎이 연해서 샐러드로도 먹을 수 있고 튀겨서 먹을 수도 있어요.”


<마르쉐@은…>

이름의 의
장터·시장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marche’에 장소 앞에 붙는 전치사 ‘at(@)’을 더했다.
언제 어디서 열리나
매달 두 번째 일요일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리는 마르쉐@혜화를 중심으로, 매달 첫 번째 토요일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마르쉐@성수, 매달 네 번째 화요일에는 서울 마포구에서 마르쉐@합정이 열린다. 시간과 장소는 변동될 수 있으므로 홈페이지(www.marcheat.net)를 확인.
시장을 잘 즐기는 방법
①제철채소를 통해 계절의 맛 알기 - 시장을 살펴보고 지금 계절에만 만끽할 수 있는 맛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즐긴다.
②농부마다 다른 채소의 맛 즐기기 - 똑같은 채소라도 농부마다 맛이 다양하다. 키워진 땅의 기운에 따라, 농부의 손길에 따라 가지각색의 맛을 내는 채소들을 즐긴다.
③장바구니 목록 미리 만들기 - 시장이 열리기 전 홈페이지에 출점 팀의 목록이 공개되므로 미리 장 볼 목록을 계획하면 좋다.
④단골 가게 만들기 - 다양한 생산자와 대화를 나누며 나와 맞는 곳은 단골 관계를 맺는다. 농산물을 어떻게 먹으면 더 맛있는지, 어떻게 요리하면 되는지 농부와 요리사에게 물어보고 따라 해 본다.

지난 9일 농부시장 마르쉐의 개장을 앞두고 상인들이 판매대에 물건을 진열하며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개장 시간인 오전 11시부터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지난 9일 농부시장 마르쉐의 개장을 앞두고 상인들이 판매대에 물건을 진열하며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개장 시간인 오전 11시부터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학생기자 취재 후기>
저는 마트나 시장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농부시장 마르쉐는 색다른 곳이었어요. 한 마디로 '소통의 시장'이었죠. 정성 들여 기른 채소와 직접 만든 먹거리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고 시식·시음도 하게 해주셔서, 재료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더 믿을 수 있게 되었어요. 저는 특히 수제햄과 우리밀로 만든 천연 빵, 수수부꾸미가 맛있었어요. 집에 돌아와서 농부시장에서 산 귀여운 당근 잎으로 샐러드를 해 먹었어요. 음식에 나쁜 짓을 하는 뉴스를 보면서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농부시장은 즐겁고 믿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김윤수(경기도 내정초 4) 학생기자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분위기의 시장이어서 볼거리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마트에서는 잘 보지 못하는 노란색 호박이나 다른 사람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보리수나무 열매, 평소에 보기 힘든 잎이 달린 조그마한 당근 같은 여러 가지 채소가 다양해서 구경할 것이 많았어요. 채소들의 모양이 제각각이고 마트 채소처럼 매끈하진 않았지만 더 건강한 음식들 같았어요. 직접 만들어온 수제청·잼·빵 같은 것들과 정성스럽게 가꾼 채소들이 판매되어 농부시장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았어요. 박주희(경기도 해솔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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