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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이 마약" 말했다는데…사라진 2016년 경찰 조서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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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아이콘(iKON)에서 탈퇴한 비아이(23·본명 김한빈)의 마약 구매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제보자인 A씨가 "당시 경찰에게 비아이의 마약 구매 사실을 얘기했는데도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다. 부실 수사 의혹에 A씨 측이 "비아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외압으로 비아이 연루 사실을 번복했다"고 폭로하면서 경찰도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조사에 나선 상태다.

사건의 시작이 된 2016년 8월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비아이. [중앙포토]

비아이. [중앙포토]

A씨 체포돼 3차례 조사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2016년 8월22일 오전 11시40분쯤 YG 연습생 출신의 A씨를 체포했다. 앞서 붙잡은 마약상에게서 A씨가 마약을 구매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였다.

경찰서로 압송된 A씨는 이날 오후 2시16분부터 3시20분까지 1차 조사를 받았다. 오후 3시52분부터 4시5분까지는 2차 조사를 받았다. 이후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10시쯤 검찰이 기각하면서 A씨는 오후 11시쯤 경찰서를 나왔다.

당시 비아이 관련 진술에 대한 경찰과 A씨의 입장엔 차이가 있다.
A씨는 체포 당시 경찰에 "비아이가 마약 구매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비아이와 나눴던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도 경찰이 확인했다고 했다. 1, 2차 조사를 받으면서도 이런 내용을 진술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방정현 변호사는 지난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A씨가 체포될 당시에 먼저 경찰이 비아이를 언급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에서 관련 대화 내용도 다 사진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A씨 측 "체포 당시부터 비아이 연루 진술" 

경찰은 A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8월30일까지 3차례에 걸쳐 대마초와 마약류인 LSD를 투약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는데 대마초만 한 차례했다며 다른 혐의들은 부인하는 상황이었다. A씨가 비아이를 언급한 것은 22일 구속영장이 기각돼 풀려나기 직전이었다고 했다.

2016년 8월30일 3차 조사 당시 경찰은 A씨가 22일 언급한 내용을 기록에 남겼다. "체포되었다가 석방되면서 김한빈(비아이)에게 마약을 교부한 사실이 있다고 하면서 관련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과 이승훈(아이돌 그룹 위너 멤버) 관련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 제출했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22일 영장 기각 후 석방되기 전 A씨가 이런 진술을 하면서 담당 경찰이 '이 부분을 더 조사 한 뒤에 귀가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지만 A씨가 '머리가 아프다. 당장 집에 가고 싶다. 다음날 다시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이후 A씨가 계속 출석을 거부했고, 3차 조사땐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와 진술을 번복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비아이 관련 A씨 진술 번복해 단서 못찾아" 

A씨가 진술을 번복하긴 했지만 경찰도 비아이에 대한 내사를 벌였다. 하지만 A씨의 진술 외엔 별다른 단서가 없었다고 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당시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들여다 볼 예정이다.

용인동부경찰서. [중앙포토]

용인동부경찰서. [중앙포토]

방 변호사는 해당 인터뷰에서 "경찰이 다섯번째 조사를 받을 때 '22일 1, 2차 피의자 신문 조서 작성 당시엔 공범 김한빈과의 범죄 사실을 다 얘기했다가 왜 3차 조서엔 번복했느냐'고 물었는데 1, 2차 피의자 신문조서엔 비아이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경찰과 YG엔터테인먼트의 유착 의혹을 언급했다.

"A씨 '공연한다' 해외 출국"…기소중지

용인동부경찰서는 2016년 8월 31일 A씨를 기소의견으로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3차 조사를 받은 다음 날이었다.
A씨는 검찰에서 단 1차례만 조사를 받았다. 그나마 너무 울어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해 12월 A씨는 "공연이 있다"며 해외로 출국했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자 경찰은 같은 달 A씨에 대해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출국이나 건강 문제 등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 그 사유가 없어질 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는 것이다.

A씨는 이듬해 빅뱅의 탑과 마약을 한 혐의 등으로 서울청 마약수사대에 붙잡혔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초범이었고 관련 법에 따른 불구속 사건이라 출국금지 대상이 아니었다. A씨가 출국한다는 소식을 듣긴 했는데 해외 체류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져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양현석 전 YG 대표의 2012년 모습. [중앙포토]

양현석 전 YG 대표의 2012년 모습. [중앙포토]

재조사 나선 경찰 "A씨 접촉 꼭 필요"  

경찰은 A씨와 접촉해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A씨의 진술 외엔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 A씨의 진술이 조사에 꼭 필요해서다.
A씨가 사퇴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의 회유와 협박 등으로 비아이의 마약 구매 사실을 번복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양 전 대표도 불러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양 전 대표가 비아이의 마약 구매 사실을 무마했다면 범인도피 교사죄 적용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A씨 조사가 급선무"라며 "A씨를 조사한 뒤 비아이나 양 전 대표, A씨가 제기한 YG엔터테인먼트와 경찰관 유착 의혹 등을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용인=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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