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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명예살인'에 무기징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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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무슬림 망명객 아버지가 16세 난 딸을 명예살인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명예살인은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간통이나 배교 등 물의를 일으킨 여자를 남자 가족.친척이 살해하는 이슬람 전통이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탄압을 피해 10년 전 영국으로 망명해온 쿠르드족 압달라 요네스(48)는 지난해 10월 12일 기독교도 남자친구를 사귀어 가출하려던 딸 헤슈를 난자했다. 요네스는 딸을 숨지게 한 직후 자신의 목을 찌르고 4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렸으나 목숨을 건졌다.

그는 경찰에서 범행사실을 부인해 오다가 이날 법정에서 모든 사실을 밝히고 "사형에 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판사는 사형제도가 없는 영국에서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영국무슬림협의회는 "영국 내 무슬림이 많이 늘어나면서 세대 간의 갈등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은 생명을 존중하는 종교다. 세대 간의 갈등을 극한적인 폭력으로 해결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쿠르드족 무슬림여성회는 "어느 누구도, 어떤 명분 하에서도, 아무리 신의 이름이라 하더라도 여성의 목숨을 앗아가는 잔혹한 행위를 저지를 수는 없다. 엄벌에 처해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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