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드는 트래디셔널(traditional)의 약자다. 암벽등반의 역사는 150여 년에 이른다. ‘선배’들은 크랙(바위틈)과 침니(바위 사이의 긴 공간) 등을 활용해 암벽을 등반했다. 바위를 오르면서 직접 추락에 대비하는 탈착형 확보물을 설치했다. 바위에 박아넣는 볼트란 게 없었다.
볼트는 무엇인가.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명예교장은 “크랙과 홀드가 없는 밋밋한 바위 면에 구멍을 뚫고 박는 인공적인 확보물”이라고 정의한다.
바위 틈에 설치·회수 가능한 장비 사용 #훼손 최소화, 흔적 지우기가 등반 윤리
암벽등반에서의 볼트는 1952년에 처음 등장했다. 프랑스의 귀도 마뇨뉴(1917~2012)가 그해 7월 알프스의 드류서벽 초등 때 사용했다. 등반 중 핸드 드릴을 꺼내 2시간 만에 설치했다. 볼트를 이용해 까다로운 슬랩(바위의 밋밋한 경사면) 구간을 인공등반(설치한 확보물을 이용하는 등반)으로 돌파했다. 당시 산악계는 바위에 구멍을 뚫고 등반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으로 들끓었다.
1980년대에 스포츠클라이밍이 등장했다. 다양한 움직임을 소화하는 스포츠클라이밍은 등반의 난도를 급격하게 올렸다. 스포츠클라이밍 루트의 볼트는 촘촘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유명 등반가 톰 히긴스(1944~2018)는 “스포츠클라이밍의 볼트 간격이 최대 3m인데 반해 트래드클라이밍은 최대 22m”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이란 개념이 생기면서 이전에 없었던 트래드클라이밍이란 용어가 생겼다. 행위는 있었으나 정의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트래드클라이밍은 직접 확보물을 설치하고 바위를 오른 뒤 회수한다.
손 땀을 없애주는 초크가 바위에도 묻는데, 이런 흔적들도 지운다. 자연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leave no trace)’는 것이 트래드클라이밍이 추구하는 등반 윤리다.
제천=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