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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불’→‘노란 불’로… '혼조세' 주목한 정부 공식 경기진단

중앙일보

입력

경기를 진단할 때 두달 째 부정적 요소에 무게를 두던 정부가 긍정적 요소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빨간 불’을 켜다 ‘노란 불’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6월 '그린북(경제동향)'

기획재정부는 14일 ‘최근 경제동향’(일명 그린북) 6월호에서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최근 생산이 완만하게 증가했으나, 수출 및 투자의 부진한 흐름은 지속하고 있다” 고 진단했다. 지난 5월호에서 “광공업 생산, 설비 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 흐름이 부진하다”며 “예상보다 빠른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 하방 리스크가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한 데서 미세하게 긍정적인 지표(생산)에 주목했다.

그린북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공식 평가를 담은 보고서다. 정부는 지난해 9월까지 그린북에서 경제가 ‘회복세’라고 진단했다. 10월부턴 회복세란 평가를 지우고 불확실성에 더 무게를 실었다. 올 3월엔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도 ‘긍정적 모멘텀’을 앞세우기도 했다. 그러다 4~5월 부정적 진단을 이어갔다.

6월은 부정적 진단보다 ‘혼조세’ 평가에 가깝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생산 증가세를 2개월 연속 유지한 가운데, 소비와 건설투자는 감소하고 설비투자는 증가하는 등 긍정ㆍ부정 지표가 혼재했다”고 설명했다.

생산은 늘고, 소비는 줄었다. 투자는 증감이 엇갈렸다. 6월 그린북에서 분석한 지난 4월 생산은 전월 대비 0.7% 증가했다. 광공업(1.6% 증가)ㆍ서비스업(0.3%)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같은 기간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1.2% 감소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건설투자는 2.8% 줄었고, 설비투자는 4.6% 늘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은 부정적 기류를 이어갔다. 5월에 전년 동월 대비 9.4% 줄었다.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다. 홍민석 과장은 “시장 예상보다 빠른 반도체 가격 조정, 중국 등 세계 경제 둔화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5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9000명 늘었다. 15~64세 고용률(67.1%)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실업자 수(114만5000명) 2000년 이후 최대를 기록하는 등 역시 긍정ㆍ부정 지표가 혼재했다. 물가는 같은 기간 0.7% 상승하는 데 그쳐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주택시장은 주택 매매가격이 전월 대비 0.16% 하락하고 거래는 감소하는 추세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모두 전달과 같았다. 1년 가까이 이어온 하락세를 멈췄다.

‘노란 불’을 켜면서도 대책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재부는 “리스크 관리에 완벽히 하면서 추경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ㆍ집행을 준비하겠다”며 “투자와 창업 활성화, 규제혁신, 수출 활력 제고 등 주요 대책 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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