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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복귀 조현민 "가족 간 합의했다"...엄마 이명희 영향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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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아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018년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종로경찰서를 떠나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아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018년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종로경찰서를 떠나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현민 전무 이틀째 소공동으로 출근 #"가족 합의했나" 질문에 "네"라고 답변 #이명희 전 이사장 입김에 지배력 변화 #비상장 기업 통해 그룹 경영 간접 참여

11일 오전 7시 50분.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칼 사옥으로 출근하던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경영 복귀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기자가 “가족 간 합의를 하셨냐”고 질문하자 조 전무는 “네”라고 짧게 답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대한항공 경영에 복귀한 조 전무는 이틀 연속 소공동 한진칼 사옥으로 출근했다.

조 전무의 경영 복귀는 갑작스러웠다. “직원도 관련 기사를 보고 알았다”는 얘기가 대한항공 내부에서 들렸다. 재계에선 조 전무의 경영 복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이 중에서 가장 힘을 얻고 있는 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조 전무의 경영 복귀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명희 전 이사장이 전면에 직접 나서고 있진 않지만, 경영 전반을 살피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경영에 복귀한 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2018년 강서경찰서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경영에 복귀한 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2018년 강서경찰서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 경영 전반에서 이 전 이사장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란 전망은 조양호 회장의 사망 소식이 들린 직후부터 나왔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집단 총수 지정을 앞두고 이 전 이사장이 국내 대형 로펌을 찾아 이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무의 경영 복귀도 이 전 이사장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살펴보면 이 전 이사장의 그룹 내 지배력이 보다 명확해진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2.34%로 조현민 부사장(2.30%)보다 0.04%를 더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경영에서 물러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은 2.31%다. 삼 남매의 한진칼 지분 차이가 소수점 둘째 자리에 불과할 정도로 차이가 없다. 숨진 조양호 회장이 따로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17.84%)은 이 전 이사장에게 5.94%, 삼 남매에게 각각 3.96%씩 상속된다. 이 전 이사장이 상속받는 한진칼 지분이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 삼 남매의 그룹 지배력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이 전 이사장의 한진그룹 경영 참여가 이미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도 들린다. 이런 해석의 배경엔 한진그룹 비상장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등기이사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한진그룹의 부동산과 건물 관리 업무를 맡은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가족 회사나 다름이 없었다. 정석기업 대표이사는 조양호 전 회장이었으나 사망하면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원태 회장은 정석기업 사내이사를 맡고 있었으나 지난달 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이 전 이사장은 정석기업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한 조현민 전무는 정석기업 부사장을 겸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경영 복귀와 함께 정석기업 부사장 겸직에도 재계의 시선이 모인다. 모양새로 보면 조원태 회장이 정석기업에서 손을 떼고 조현민 전무가 이 회사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일련의 과정이 정석기업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이 전 이사장의 결정 없이는 이뤄지기 힘들다는 관측이 많다. 조 전무는 '물컵 갑질'로 정석기업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는데 부사장으로 복귀하면서 사내이사직도 다시 맡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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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이사장의 향후 행보는 앞둔 재판 이후 명확해질 전망이다. 대한항공 여객기를 통해 개인물품을 밀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선고 공판은 13일 열릴 예정이다. 관심이 쏠리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도 재판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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