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원태 "지켜본다" 발언 파문···아시아나 인수 가능성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뉴스분석 

지난 3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항공 미디어브리핑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항공 미디어브리핑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민감한 부분이라 얘기하기 곤란하지만, 우리도 지켜보고는 있다.”
지난 3일 진행된 언론 간담회에서 매각이 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M&A)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조원태 “지켜보고 있다” 발언 파문 #내부선 “시너지효과로 도약 기회” #산은 지분 소유 땐 독점문제 해결 #금융권은 “한진 인수 여력 없어”

조 회장의 발언을 두고 대한항공 내부도 술렁였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국적 항공사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저비용항공사(LCC) 난립으로 경쟁이 심화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에어프랑스와 KLM의 합병 사례가 본보기”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LCC 약진으로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들과의 차별적인 경쟁력 확보 방안 구상에 관해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LCC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을 지켜봐 왔지만 최근 시장 동향을 볼 때 더는 간과할 수 없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의견을 나눠본 결과, 더 과감한 전략으로 대응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까. 대한항공 B787-9 여객기가 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까. 대한항공 B787-9 여객기가 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항공업계에선 조 회장이 언급한 ‘과감한 전략’ 중 하나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카드란 분석이 나온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인한 총수 교체, 일명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와의 경영권 분쟁, 상속 갈등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경쟁자인 아시아나항공이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에 인수된다면 대한항공은 1위 항공사라는 지위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 한진그룹의 생존 본능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항공산업 특수성도 있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수많은 산업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라며 “운영 노하우 없이 뛰어든다면 경영이 쉽지 않을뿐더러 산업을 키울 수도 없다”고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면 유사 노선을 정리하고 스케줄 정리와 같은 노선 재구성을 통해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면서 “인력과 조직, 시설 활용도 측면에서도 효율성은 뛰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진그룹이 실제 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 검토에 들어갔다는 주장도 나온다. M&A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난달 일부 회계법인 및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다.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에 어떤 기업들이 참여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관심을 표하면서 물밑 인수전은 더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사진은 항공 화물 적재로 분주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 모습. [연합뉴스]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에 어떤 기업들이 참여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관심을 표하면서 물밑 인수전은 더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사진은 항공 화물 적재로 분주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 모습. [연합뉴스]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금력과 독점 문제다. 관련 업계에선 사모펀드 등 투자자가 연합해 인수 자금을 대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주요 주주로 등재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산업은행을 통해 지분을 소유한다면 정부 입장에서 감시ㆍ감독을 강화할 수 있고, 한진그룹은 독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주장하는 ‘통매각’ 대신 일부 자회사를 인수 대상에서 제외해 몸집을 줄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대부분 항공사 운용을 지원하는 법인이고, LCC 등의 분할 매각은 시너지가 없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반론이 나온다.

금융권 반응은 싸늘하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의 발언은 경쟁사 입장에서 한 것일 뿐”이라며 “한진그룹은 인수 여력이 없다. 당연히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