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부킹 '싹쓸이'…프로그램 만들어 수천번 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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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는 주말 골프 부킹. 그러나 사무자동화 프로그램 설계회사를 운영하는 洪모(44)씨에겐 땅 짚고 헤엄치기다. 인터넷으로 예약받는 퍼블릭 골프장이 그의 무대다.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1년6개월 동안 경기도 소재 N.B골프장 두곳에만 2천3백70건을 부킹했다.

비결은 그가 만든 인터넷 예약 '프리 골프'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은 골프장 예약사이트에 쉴새없이 접속을 시도해 최우선적으로 예약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골프장 예약이 취소돼 자리가 난 경우 성공률은 80~90% 선이다.

80대 후반을 치는 洪씨는 자신도 즐기면서 전 직장 동료와 친구들에게도 부킹 선심을 썼다. 그러다 올해부터는 아예 돈을 받고 부킹권 장사에 나섰다. 주중은 4만원, 주말은 6만원. 그를 통해 부킹한 사람은 5백60명이나 됐다.

그러던 중 지난달 洪씨가 애용하던 N골프장의 인터넷 서버가 다운됐다. 골프장 측은 "경쟁업체에서 서버를 고장낸 것 같다"며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신고했다. 경찰은 원인을 추적하다 특정 컴퓨터의 접속이 과도하게 많은 것을 의심해 洪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처음 단순한 서버 공격인 줄 알았다가 수사 과정에서 洪씨의 부킹 전모를 밝혀냈다.

洪씨의 전 직장 동료 세명이 예약자 모집을 담당했고, 부킹 사례비로 모두 1억여원을 챙겼다. 경찰은 30일 洪씨에 대해 골프장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입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골프장 서버의 다운이 洪씨의 프로그램 때문인지 불명확하다며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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