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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주범 CO₂도 잡고 수소와 전기도 생산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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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달 11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에 위치한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놀라운 관측 결과가 발표됐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인류 역사상 최고점을 찍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마우나로아 관측소가 밝힌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는 415.26ppm으로, 과학계는 이를 지구 역사상 가장 이산화탄소 농도가 가장 높았던 300만년 전 플라이오세 수준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했다. 이산화탄소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온실효과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김건태 울산과기원 교수 인터뷰 #세계최초 CO₂로 수소·전기 생산 #지난 6개월 새 1250배 효율 개선 #국내 30여개 기업과 상용화 논의

김 교수는 연구 를 믿지 못하는 일부 학계의 비판에 마음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진 UNIST]

김 교수는 연구 를 믿지 못하는 일부 학계의 비판에 마음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진 UNIST]

해법은 있다. 이산화탄소를 미래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원료’로 소진하는 방법이다. 지난 4일 김건태(47)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이산화탄소만을 이용해 수소와 전기를 생산하는 ‘아연·알루미늄-이산화탄소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수전해처럼 전기가 들어가지도 않는다.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관련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후 6개월 만에 시스템 효율이 대폭 개선되고, 반대로 가격은 내려갔다. 국내 30여개 기업에 이미 특허를 이전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해당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를 정부과천청사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어떻게 이산화탄소에서 수소와 전기를 생산해낼 생각을 했나.
"지구 위의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바다가 흡수한다. 물속에 이산화탄소가 녹으면 탄산수소 이온(HCO3-)과 수소 이온(H+)이 만들어진다. 이산화탄소가 기체로 존재할 때보다 다른 물질로 바꾸기가 쉽다. 이에 착안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산화탄소가 탄산수소칼륨으로 변환하면서 수소도 생산된다. 또 물속에 수소 이온이 많아져 산성을 띠면, 그 속에서 전자가 보다 잘 이동해 전기를 만든다.”
이 좋은 기술을 왜 다른 나라는 못했나.
"나도 신기했다. 처음 이 원리를 발견하고 학생들을 불러 검색을 시켰다. 관련 연구가 없었다. 특허 사무실에 전화해서 특허가 있나 찾아봤다. 관련 특허도 없었다. 이산화탄소 관련 연구를 하시는 해외 교수님들은 이 아이디어가 열역학 법칙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셔서 그런 것 같다. 처음으로 연구를 시작한 지 2년 반이 흘렀는데 불가능하다고 논문 거부도 많이 당했다. 이 때문에 연구 결과가 세계적 학술지인 ‘앙게반테케미’에 올라갔을 때 저보다 학생들이 많이 기뻐했다.”
지난해 12월에 관련 성과가 나왔다. 반 년간 뭐가 달라졌나.
"수소와 전기를 생산해내는 효율이 정확히 1250배 올라갔다. 시스템에 사용되는 재료를 소듐 금속에서 알루미늄·아연 소재로 바꾼 게 주효했다. 쉽게 폭발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싼 소듐에 비해 가격이 100분의 1 정도로 내려갔다. 생산 비용이 저렴해지니 크게 만들 수 있었다. 지난해에 3㎝ 크기로 만들었던 시스템이 지금은 30㎝ 수준으로 10배 커졌다. 현재 기술로 1m 크기까지 키우는 게 가능하다.”
현 정부가 수소경제를 발표하면서 수소 생산 방식이 화두가 되고 있다.
"맞다. 석유화학공정이나 천연가스 개질을 통해 생산되는 수소를 ‘그레이 수소’라고 한다. 충분히 친환경적이지는 않다. 가장 친환경적일 것으로 거론되는 수전해 수소도 사실은 전기를 사용한다는 약점이 있다. 전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거니까.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전기를 직접 주입하지 않고 전자의 자연스러운 이동에 따라 수소와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니 더 친환경적이다.”
상용화 언제 될 것 같나.
"2~3년 내에 가능할 것 같다. 국내 30여개 회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회사들이 그렇다. 이산화탄소를 수소 및 전기 생산의 원료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발전과는 구체적으로 과제를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10㎾급 연료 전지가 완성될 예정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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