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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경험 살려 글로벌 창업 돕자” 엔젤투자 어벤져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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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석필(오른쪽) 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부사장)과 김진영 로아인벤션랩 대표. 엔젤투자조합을 만들어 해외에서 사업하려는 젊은 창업가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스스로 투자한 회사의 임직원이라도 된 것처럼 외국에까지 직접 뛰어다니며 마케팅·금융·기술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최정동 기자]

김석필(오른쪽) 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부사장)과 김진영 로아인벤션랩 대표. 엔젤투자조합을 만들어 해외에서 사업하려는 젊은 창업가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스스로 투자한 회사의 임직원이라도 된 것처럼 외국에까지 직접 뛰어다니며 마케팅·금융·기술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최정동 기자]

‘엔젤투자 어벤져스’라고나 할까. 전직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이 모였다. 신생 벤처, 그러니까 스타트업 기업을 키우려는 목적이다. 투자는 기본이고, 경험을 살려 경영·기술 코치까지 해준다. 출발은 그냥 전 고위 임원들의 친목 모임이었다. 거기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마침 참여자 중 한 명이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투자·육성 업체)인 로아인벤션랩의 김진영(47) 대표와 엔젤투자조합을 만들자고 논의하던 참이었다. “투자에 더해 전문성을 살려 청년 사업가들을 도와줄 수 있겠다”고 의기투합했다.

대기업 임원 출신들 투자조합 결성 #9개 국어 자막 자동생성 기술 #연예기획사와 협업 이끌어 주고 #베트남 중고 오토바이 사업은 #현지 인맥 통해 은행 만남 주선

엔젤투자조합엔 김석필(59) 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부사장), 함종민(55) 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기술전략 상무 등 7명이 참여했다. 각 3000만~5000만원을 출자해 지난해 7월 ‘로아인벤션랩 투자조합 4호’를 만들었다. 투자 대상은 조합원들이 직접 골랐다. 로아인벤션랩이 공모해 1차로 걸러낸 스타트업들을 놓고 심사했다. 김진영 대표는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모임이어서 대상 선정이 훨씬 까다로웠다. 대기업이 거대 투자 프로젝트를 결정하는 것처럼 들여다보더라”고 말했다.

될성부른 떡잎 두 곳을 택했다. 인공지능 동영상 자막 업체 ‘보이스루’와 베트남에서 중고 오토바이 모바일 거래 서비스를 하는 ‘오케이쎄(OKXE)’다. 보이스루는 한국어·영어·스페인어·중국어 등 9개국어로 동영상 자막을 자동 생성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회사 이상헌(26) 대표는 “조합원분들이 마케팅·기술 조언까지 해주신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보고 유튜브 마케팅을 하는 연예기획사와 협업하는 게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주고, 구체적으로 연예기획사에 보낼 제안서 내용까지 알려줬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대로 진행해 복수의 연예기획사와 협업이 성사됐다”고 덧붙였다.

오케이쎄 김우석(35) 대표 역시 투자와 더불어 다방면으로 도움을 받았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오프라인 거래도 할부가 없다. 온라인 거래를 하면서 할부를 제공하면 히트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를 논의하기 위해 은행을 만날 길이 없었다. 아무래도 스타트업이다보니…. 그 문제를 김석필 전 부사장이 풀어줬다. 직접 베트남에 오셔서 인맥을 동원해 은행 최고위층과 만남을 잡아줬다. 첫 미팅에도 함께했다. 은행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연말까지 할부 서비스를 내놓는 게 목표다.”

엔젤투자조합은 오케이쎄에 투자하고 함께 일한 경험을 디딤돌 삼아 올 4월에는 ‘베트남 진출 신기술 투자조합’을 만들었다. 이름 그대로 베트남에서 사업할 스타트업이 투자 대상이다. 멤버는 ‘로아인벤션랩 투자조합 4호’와 똑같다. 김 전 부사장은 베트남 조합 결성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구 1억 명의 시장이다. 또한 이곳에서의 성공 모델을 만들면 미얀마와 캄보디아에 진출하기도 쉽다. 동남아를 공략하는 신 남방정책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친(親)한국 - 반(反)중국 정서가 강해 우리 젊은이들이 사업하기에 이점이 있다고 봤다.”

베트남 조합은 최근 두 스타트업을 점찍었다. 한국 화장품을 온라인 판매하는 곳과 모바일로 호텔 예약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다. 김석필 전 부사장은 “베트남뿐 아니라 유럽 등 세계를 무대로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kweon.hyuk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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