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여풍당당'…성적·학위 취득 비율 등 여성이 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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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대학에서 '여풍(女風)'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성 차별이 줄어들고 여성의 취업 기회가 확대되면서 성공을 위해 공부에 매달리는 여학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미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남성들은 인종이나 생활수준에 관계없이 여성에 비해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비율이 낮다. 또 학위를 딴다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4~5년 만에 받지 못하고 질질 끄는 경우가 여성에 비해 많다. 평균 학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신문은 "미국 대학에서 여학생의 수가 남학생을 앞지른 지 4반세기가 지났다"며 "이제는 남학생들이 여학생보다 떨어지는 것은 숫자만이 아니다"고 전했다.

플로리다 애틀랜틱대의 경우 올해 졸업생의 64%가 여성이었다. 그러나 졸업식에서 성적 우수상을 받은 학생은 75%가 여성이었다. 최우수상은 79%가 여학생에게 돌아갔다. 명문 하버드대에서도 올봄에 졸업한 여학생 중 55%가 '우등' 등급의 평점을 받았지만, 남학생은 50%를 간신히 채웠다.

아메리칸대의 여학생 젠 스마이어스는 지난 3년 동안 학장 장학금을 받았고, 4개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남자 동기생들이 내년에 학사 학위를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반면 그는 현재 석사 과정 수료를 앞두고 있다. 그는 그러나 "내가 특별한 게 아니라 여기 있는 여학생들은 모두 (학구열에) 불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미국 남성들의 교육 수준이 퇴보하고 있는 건 아니다. 남자들도 20년 전에 비해 대학 진학률과 학위 취득 비율이 높아졌다. 그러나 고등교육에 대한 여성들의 욕구가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대학에서 남학생의 비율은 42% 정도다. 일단 진학한 뒤에도 남학생들은 여성 동급생에 비해 공부는 덜하고, 사회활동에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워싱턴의 교육 전문가인 톰 모르텐슨은 "남학생들은 30년 전 선배들이 있던 자리에서 크게 나아진 게 없지만, 여학생들은 훨씬 맹렬하게 돌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컴퓨터공학이나 물리학처럼 남학생들이 지배적인 분야도 있다. 그러나 미국 대학교수들은 "남학생들의 학습 의욕과 능력은 양 극단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펜실베이니아 디킨슨대의 웬디 모패트 교수는 "뛰어난 남학생들은 뛰어난 여학생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지만 남학생 간의 능력 편차는 여학생들에 비해 훨씬 심하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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