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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묻힌 수도권 매립지 땅속엔 메탄 먹는 세균도

중앙일보

입력

수도권 지역 쓰레기를 매립하고 있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강찬수 기자

수도권 지역 쓰레기를 매립하고 있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강찬수 기자

1992년부터 쓰레기 매립을 시작한 인천광역시 서구 수도권 매립지 땅속에는 메탄을 먹는 세균 등 특이한 세균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 연구팀은 6일 생활·건설 폐기물을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 토양에서 세균 5189종의 유전자 정보를 최근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매립지에서 채취한 토양에 대해 차세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법을 사용해 세균 군집의 다양성을 조사한 결과, 5189종(種)으로 구분되는 세균 유전정보를 확인했다.
세균 세포 내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소기관인 리보솜의 유전물질(16S rRNA)이 세균 군집 내에 얼마나 다양하게 분포하는지를 조사한 결과다.

수도권매립지 토양 속 미생물 유전자 분석 결과. 비슷한 종들이 모여 이루는 속(屬) 단위로 구분한 것이다.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수도권매립지 토양 속 미생물 유전자 분석 결과. 비슷한 종들이 모여 이루는 속(屬) 단위로 구분한 것이다.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유전자 분석결과, 수도권 매립지 토양에는 월등한 비율로 우점하는 속(屬)은 없었으나, 일반적인 토양 환경에서 발견하기 힘든 종류의 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최대 8%를 차지한 스핑고모나스(Sphingomonas)속 세균은 생분해·합성 능력이 뛰어나 생명공학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또, 최대 4%를 차지한 아스로박터(Arthrobacter)는 아미노산 생산 능력이, 4%를 차지한 리소박터(Lysobacter)는 식물병 억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토양 속에서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메탄 등을 모아들이기 위해 설치한 매립가스 포집장치. 강찬수 기자

수도권매립지 토양 속에서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메탄 등을 모아들이기 위해 설치한 매립가스 포집장치. 강찬수 기자

연구팀은 특히 바이오 연료 생산에 활용이 가능한 세균들도 확인했다.
메틸로사이스티스 팔브스(Methylocystis parvus)나 메틸로박터 툰드리팔루덤(Methylobacter tundripaludum), 메틸로사르시나 라커스(Methylosarcina lacus) 등은 메탄을 바이오 연료로 전환하는 메탄 산화 세균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메탄은 지구 천연가스 성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풍부한 자원이지만, 유용한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게 쉽지 않았고, 현재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확인된 메탄 산화 세균을 활용해 메탄을 메탄올과 같은 화학원료·바이오연료로 전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들 세균의 배양이 까다롭기 때문에 배양기술 확보가 관건이다.

국립생물자원관 미생물자원과 허문석 박사는 "이번 분석으로 유용한 세균의 존재가 확인된 만큼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공동 연구가 이뤄진다면 미래 에너지와 자원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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