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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남편 살해’ 30대, 계획범죄 정황 포착…“살해도구 등 검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일 오후 전 남편을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살인)를 받고 있는 고모씨가 경찰에 체포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오후 전 남편을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살인)를 받고 있는 고모씨가 경찰에 체포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된 고모(36)씨가 살인뿐 아니라 시신 처리 방법까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이 포착됐다.

4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복원된 고씨의 휴대전화에서 범행 전 니코틴 치사량과 살해도구 등을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살해한 전 남편 휴대전화로 자신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수사에 혼선을 주려한 시도도 확인됐다.

경찰은 또 고씨가 흉기를 범행 직전 구입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고씨의 계획 범죄를 입증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고씨는 이번 사건이 ‘우발적 범행’임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체적 범행 상황을 밝혀내기 위해 사건 현장에 혈흔 형태를 분석하는 전문가 6명도 투입할 예정이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신훼손 후 3곳 이상에 유기 정황

지난달 18일 자신의 차량으로 배편을 이용해 제주를 찾은 고씨는 1주일여 후인 지난 25일 범행 장소인 펜션에서 아들 A군과 함께 전 남편을 만났다.

이후 혼자 펜션을 나선 고씨는 마트를 방문해 여러 물건을 구입했다. 경찰은 고씨가 구입한 물건이 무엇인지는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피해자 가족의 실종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달 31일 펜션에서 숨진 전 남편의 것으로 보이는 다량의 혈흔을 발견했다.

경찰은 펜션에서 발견된 혈흔의 주인이 전 남편 것으로 확인되자 지난 31일 청주시에 있는 고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흉기 몇 점을 발견했다.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된 고씨는 제주로 압송돼 조사를 받아왔다.

경찰 조사에서 고씨가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고 진술하며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 5월 28일 오후 8시 30분 출발 제주-완도행 여객선에 올랐다.

그는 약 한 시간 뒤인 오후 9시30분 바다에 훼손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버렸다.

경찰은 고씨의 진술과 선박 CCTV 영상이 일치함에 따라 시신이 바다에 버려진 것으로 보고, 해경과 함께 해당 항로를 수색하고 있다.

다만 유기한 시점이 1주일가량 지난 만큼 시신 발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고씨의 이동 경로도 새롭게 확인됐다. 그는 완도에 도착한 후 전남 영암과 무안을 지나 경기도 김포에 잠시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고씨가 이동 중에 시신을 최소 3곳의 다른 장소에 유기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살해 동기 미궁…프로파일러 3명 투입

범행동기는 아직 미스터리다. 고씨와 전 남편은 이혼한 후에도 둘 사이 낳은 아들의 양육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육권이 있는 고씨가 아들의 만남을 막자 전 남편이 법원에 면접교섭 재판을 신청해 2년 만에 만나기로 한 날이 바로 범행 당일인 25일이었다.

고씨는 “아들이 자고있는 동안 전 남편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며 아들은 같은달 26일 펜션을 빠져나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5명을 투입해 구체적인 범행동기를 밝혀낼 방침이다.

한편 제주지방법원은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에서 고씨에 대한 구속을 결정했다.

경찰은 오는 5일 오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고씨에 대한 얼굴과 이름 등 공개 범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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