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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남다른 장사 수완 발휘해 서울 전통시장 살리기 앞장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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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서울시 선정 ‘서울상인 7명 탄생’

샛별 뜰 때 장사를 준비한다. 하루 종일 손님과 부대끼다 자정이 넘어 문을 닫는다. 수십 년을 열심히 살았지만 가게를 찾는 손님은 줄어만 간다. 경기침체·대형마트 등에 밀려 ‘장사할 맛’을 잃은 지 오래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서울시가 나섰다. 롤모델이 될 상인을 선정해 다른 상인에게 동기를 북돋아 주는 ‘서울상인’ 프로젝트다.

서울 14만여 명 상인과 함께 #노하우 나누고 상인정신 다져 #서울상인 페스티벌에서 시상

‘서울상인 페스티벌 2019’에서 김정안 전통상인 명예시장(앞줄 왼쪽에서 일곱째)과 수상자, 그의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상인 페스티벌 2019’에서 김정안 전통상인 명예시장(앞줄 왼쪽에서 일곱째)과 수상자, 그의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올해의 서울상인에 선정된 7명에게 시상하는 자리가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 지역상권활력센터가 주최·주관하는 ‘서울상인 페스티벌 2019’다. 서울 지역 전통시장 상인과 가족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정안 서울시 전통상인 명예시장은 축사에서 “14만여 명 상인의 대표가 된 걸 축하한다”며 “장사 노하우와 상인정신을 동료와 나누며 전통시장을 함께 발전켜 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오승훈 서울시 지역상권활력센터장이 나서 서울상인 사업이 시작된 배경과 선정 과정을 설명했다. 서울상인 사업은 2년 전 전통시장의 성장과 변화를 고민하던 중 기획됐다. ‘시장의 근본은 상인’이라는 한 상인의 말에 영감을 얻어 상인이 변해야 시장이 변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오 센터장은 “본보기가 될 만한 대표자를 뽑으면 변화에 대한 열정과 자긍심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며 “백종원씨 못지않은 훌륭한 장사꾼이 서울상인들 중에 반드시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서울상인은 서울 전통시장의 얼굴이므로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총 9개 분야에서 한 명씩 뽑는데 적합한 후보자가 없으면 선정을 안 한다. 후보 자격은 ▶차별화된 노하우가 있나 ▶다른 상인에게 동기나 의지를 불어넣을 수 있나 ▶투철한 상인정신이 있나라는 세 가지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

올해 서울상인 후보는 190명. 이 가운데 주변 상인의 투표와 득표율을 따져 46명을 선정했다. 이후 현장 조사 인터뷰, 전문가 심의, 대국민 투표 등을 거쳐 총 7명이 뽑혔다. 지난해 상품 분야에서 뽑힌 김창선씨를 포함해 총 8명의 서울상인이 탄생했다. 직원 복지 분야에선 적합한 상인을 찾지 못했다.

대화 분야에 선정된 진성자씨(오른쪽)와 그의 아들.

대화 분야에 선정된 진성자씨(오른쪽)와 그의 아들.

시상식에선 장사 철학을 전하는 짤막한 영상과 함께 수상자들 이름이 하나씩 호명됐다. 수상자의 딸·아들·남편·아내가 직접 시상해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대화 분야에 뽑힌 유진상가 만호종합상사 진성자 상인은 “가문의 영광”이라며 “힘들고 어렵지만 이를 계기로 다 같이 분발하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깜짝 순서도 있었다. 그간 가족에게 하지 못한 말을 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상인들은 한 명씩 일어나 미리 작성한 마음의 편지를 가족에게 읽어 주며 고마움과 미안함 등을 전했다.

 행사에 참석한 동료 상인들은 ‘감동적인 행사’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등의 후기를 전했다. 반재선 용문전통시장 상인회장은 “모두 내 동료 같아 울컥했다”고 말했다. 김동용 양천구 신영시장 상인회장도 “상인들이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줘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지난해 서울상인으로 선정된 김창선씨는 “지금처럼만 열심히 장사하면 서울상인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았다.

서울상인

장사의 성공 요소를 갖추고 서울시가 제시하는 발전 모습을 갖춘 상인을 선정한다. 상품·집객·광고·진열·대화·단골·청결·상인정신·직원복지로 이뤄진 총 9개 분야에서 1명씩 뽑는다. 서울상인이 되면 인증 현판을 받고 다른 상인에게 귀감이 될 내용의 영상물에 출연하게 된다.

2019 서울상인 각 분야에 선정된 상인

청결 송명자·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춘천닭갈비 광고 박선종·신영시장 토종한우명가 집객 김병용·목동깨비시장 정직한정육점 상인정신 김계수·용산용문시장 창성옥 진열 정봉석·남성역골목시장 우리들청과야채 대화 진성자·유진상가 만호종합상사 단골 이해룡·강북종합전통시장 신흥마트

글=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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