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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눈에 띈 물건 손 가는 대로 활용해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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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게 비가 뿌린 주말, 녹음이 짙어지는 나무들 사이 개천을 따라 영메이커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합니다. 소년중앙 영메이커 프로젝트 시즌 5 충북 옥천 거점은 시내가 아닌 외곽의 펜션에 자리를 잡았거든요. 주말 나들이를 가듯 신나게 달려온 영메이커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각자 자신의 메이킹 박스를 가져옵니다. 한쪽에 박스를 쌓아놓고 옹기종기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서담(충북 군서초 4) 영메이커가 손을 드네요.
“오늘은 무슨 만들기를 하나요?”
지난 시간에 발표했던 영메이커들의 프로젝트에 대해 떠올려 보게 해 준 신원선 멘토는 “각자 프로젝트를 어떤 크기로 만들지, 어떤 기능을 넣을지 구상해 보고 재료는 뭐가 필요할까 생각해 보라”고 설명했어요. 먼저 시범적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면서 실제로 구현할 때 어떤 걸 더 넣고 뺄지도 고민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나무 상자라면 나무젓가락으로 먼저 만들어보고, 나무 종류를 검색해 어떤 나무를 쓰는 게 좋을지 알아보는 거예요. 옥천 거점의 경우 주변에 나무가 많으니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활용할 수도 있을 테고요.

영메이커들은 꽃 하나, 돌 하나도 영메이커들은 각자 개성이 다른 것들을 골랐다.

영메이커들은 꽃 하나, 돌 하나도 영메이커들은 각자 개성이 다른 것들을 골랐다.

다양한 재료에 대해 알면 한결 쉽게 결정할 수 있겠죠. 양규모 멘토는 영메이커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우리 주변은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죠. 그럼 자연의 반대는 뭘까요?” 서예하(충북 군서초 6) 영메이커가 바로 “인조요” 대답하며 경쾌하게 하이파이브를 했죠. 자연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한 양 멘토는 이어 돌을 찾아보라고 미션을 던졌습니다. 납작한 돌, 길쭉한 돌, 동그랗고 또 네모난 돌 등이 영메이커들의 선택을 받았죠. 만약 단단한 돌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양 멘토는 “양손에 각각 돌을 들고 긁어보라”고 조언했어요. 더 무른 쪽이 긁혀나가겠죠.
다음은 녹색 재료 찾기. 떨어진 나뭇잎부터 얼굴보다도 큰 이파리까지 다양한 초록이 각자의 손에 추가로 들렸습니다. 보통 싱싱해 보이는 식물을 찾는데, 이 풀 저 풀 기웃대던 서동위(충북 군서초 3) 영메이커가 “요건 시들시들해 보이지만 어때?”라며 추천하기도 했죠. 영메이커들은 개천가를 따라 걸으며 나무에 달린 잎사귀를 떼거나, 돌 사이에 길게 솟은 줄기를 쑥 뽑아내기도 했습니다. 우산 쓰듯 커다란 이파리를 든 담이는 잎 뒷면을 한참 관찰했고요.

일단 꽃은 귀에 꽂아보고, 줄기는 목에 걸어보며 포즈를 취한 영메이커들. 이후 프로토타입 메이킹에 자연 재료를 사용해봤다.

일단 꽃은 귀에 꽂아보고, 줄기는 목에 걸어보며 포즈를 취한 영메이커들. 이후 프로토타입 메이킹에 자연 재료를 사용해봤다.

순조롭게 재료를 찾아낸 영메이커들의 세 번째 미션은 마음에 드는 아무거나 고르기입니다. 고은빈(대전 새로남기독초 4) 영메이커는 꽃과 클로버를 선택했죠. 예쁜 모양을 찾았는지 명찰 뒤에 곱게 넣어 간직합니다. 한 손에는 나뭇가지를 들고 반대쪽 손은 주먹을 꼭 쥐고 다니던 최영광(대전 송촌초 3) 영메이커의 손 안에는 붉은 빛 열매들이 가득했죠. 박현진(충북 군서초 2) 영메이커는 꽃잎을 돌로 빻아보기도 했어요.
흰 꽃을 꽃다발처럼 나뭇잎에 담아 내민 권민주(대전 용전초 4) 영메이커가 “이름은 모르지만 제 마스코트 할 거예요” 하자 옆에 있던 예하가 “어, 그럼 이거 어떻게 이름을 찾냐”고 물었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구글 이미지 검색 등을 활용해 찾아보라”고 조언한 양 멘토는 “재료를 찾을 때 검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거점인 펜션 밖을 흐르는 개천을 따라 여러 가지 자연물을 채집하며 재료 탐구를 해본 옥천 팀 영메이커들.

거점인 펜션 밖을 흐르는 개천을 따라 여러 가지 자연물을 채집하며 재료 탐구를 해본 옥천 팀 영메이커들.

각자 찾은 자연 재료들 중 필요한 것을 골라낸 영메이커들이 자리로 돌아오자 이번엔 카드보드·우드보드·찰흙·색종이·병·계란판 등이 잔뜩 놓여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필요한 재료를 찾은 뒤 본격적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거예요. 백건호(대전 어은초 3) 영메이커는 동물을 태우는 유모차를 만들기 위해 먼저 검색을 하고 있었어요. 오늘 프로토타입은 앞부분 정도만 만들 생각이라며 EVA폼을 챙겼죠.

영메이커들은 자연 재료에 이어 카드보드·EVA폼·우드보드 등 다양한 재료를 골라 프로토타입 메이킹에 나섰다.

영메이커들은 자연 재료에 이어 카드보드·EVA폼·우드보드 등 다양한 재료를 골라 프로토타입 메이킹에 나섰다.

EVA폼과 카드보드지를 들고 모인 은빈이와 조이안(대전 새로남기독초 3)·신지후(대전 전민초 3) 영메이커는 각자 하트 캐리어와 우체통, 비누 조각을 만들 예정입니다. 은빈이는 적당히 하트 모양을 스케치하더니 거침없이 자르기 시작했죠. 자를수록 하트가 작아지기는 했지만 모양은 더 정교해졌어요. 비누 대신 찰흙을 만지는 지후의 조각이 어떤 캐릭터가 될 건지는 아직 비밀이랍니다.
담이와 원정연(충북 군서초 3) 영메이커는 같지만 다른 3렙 가방이 목표죠. 좋아하는 게임에 나오는 물건인데, 프로토타입은 카드보드를 써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가방 모양을 잡기 위해 열심히 칼질 중이었죠. 보드에 구멍을 내는 동위도 커터칼 대신 골판지 칼을 놀리는 모양이 꽤 폼이 잡혀있습니다. 장식용 부엉이 집을 만들 거라는 현진이 역시 EVA폼을 자른 뒤 칼날을 안전하게 집어넣네요. 오자마자 큰소리로 읽어봤던 영메이커 안전 수칙은 다들 잘 알고 있나 봅니다.

카드보드로 게임에 나온 3렙 가방을 만들려는 서담 영메이커.

카드보드로 게임에 나온 3렙 가방을 만들려는 서담 영메이커.

조승운(대전 새로남기독초 5) 영메이커는 알루미늄 포일로 감싼 덩어리를 노란색 매직으로 칠하고 있었는데요. 자신의 손에 석고붕대를 감고 물을 묻혀 만든 것을 포일로 싼 거였습니다. “제 손 사이즈에 맞춘 건 좋은데 형태가 잘 안 나와서 손가락 모양을 다시 만들 거예요. 히어로 영화에 나온 인피니티 건틀렛이죠. 나무 막대를 잘라 스톤 모양을 낼 거고요.”
그 옆엔 일회용 숟가락을 가지고 씨름하는 영메이커가 둘 있었어요. 고윤재(충북 군서초 6) 영메이커는 숟가락에 실을 칭칭 감으며 기분 인형을 만들 거라고 했죠. “기쁠 땐 기쁨 인형, 슬플 땐 슬픔 인형을 갖고 기분을 푸는 인형이에요.” 반면 예하는 숟가락의 머리 부분을 자르고 있었는데요. 휴대전화 케이스에 이모지 모양으로 붙이려는 의도죠. “가위가 잘 안 드는 것 같아요.” “플라스틱 숟가락을 자르는데 가위가 좋을까? 다른 도구를 쓰는 건 어때.” 추천할 만한 도구를 살피던 고주은 멘토가 다음엔 니퍼를 준비해야겠다고 목록을 더했죠.

하트 캐리어를 만들기 위해 EVA폼을 재단하는 고은빈 영메이커.

하트 캐리어를 만들기 위해 EVA폼을 재단하는 고은빈 영메이커.

휴대전화 케이스를 만드는 영메이커는 하나둘이 아니었지만 모두 다 방향이 달랐습니다. 정예지(충북 군서초 6) 영메이커는 빨대를 휴대전화 사이즈에 맞춰 자르고, 백현수(충북 군서초 1) 영메이커는 직사각형 카드보드에 휴대전화 모양에 맞춰 구멍을 내고 있었죠. 임호영(충북 군서초 2) 영메이커는 휴대전화 크기로 자른 카드보드에 안드로이드 캐릭터를 따라 디자인을 하고 있었고요.
바지 모양으로 자른 EVA폼을 글루건으로 붙이는 민주는 소파 바지를 만들 거라고 했는데요. 실제로 만들 땐 안 입는 바지에 솜을 넣을 예정입니다. 옆에서 이안이가 색색깔로 칠한 나무막대를 글루건으로 붙여 우체통을 받칠 기둥을 만들고 있었죠. 민주의 뒤를 이어 현진이가 글루건으로 상자의 각 면을 붙이더니 부엉이 얼굴을 슥슥 그렸어요. 빈 상자를 활용해 변신 로봇을 만들던 영광이는 생각보다 작게 돼서 얼굴에 눈을 붙일까 말까 고민이라고 했는데요.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가위를 들더니 칼집을 내 자르고 접기 시작했습니다.

서동위 영메이커는 "장식용이고 판매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좋아하는 그루트 캐릭터의 집을 만들었다.

서동위 영메이커는 "장식용이고 판매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좋아하는 그루트 캐릭터의 집을 만들었다.

숟가락 이모지 폰케이스를 만든 예하는 밖에 나갔을 때 확보한 꽃의 이파리를 하나씩 뜯어냈어요. “꽃잎을 한 장 한 장 테이프로 붙여 코팅한 후 케이스에 나무를 그리고 붙일 거예요. 원래 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아까 재료를 탐구하다 떠오른 아이디어죠.”

영메이커 프로젝트 시즌 5

예하가 생각지도 못한 꽃잎으로 케이스를 꾸미게 됐듯 재료 탐구는 발견하는 방법을 찾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런 재료가 있구나’ 하는 걸 알고 새로운 발견으로 나아가는 거죠. 이를테면 카드보드로 상자를 만들다가, 이미 만들어진 상자를 본 뒤엔 그걸 재료로 활용해 다른 무언가를 만들게 되는 겁니다. 양 멘토는 “그 과정에서 실패도 겪지만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나면 다음에 개선하며 성공하는 법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어요.

우체통과 인피니티 건틀렛 프로토타입을 만든 조이안(왼쪽)·조승운 영메이커.

우체통과 인피니티 건틀렛 프로토타입을 만든 조이안(왼쪽)·조승운 영메이커.

프로토타입 만들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손 가는 대로 적당히 만드는 정도지만 실제 프로젝트를 구현할 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뭐가 더 필요한지, 또 어떤 재료를 쓰는 게 더 효과적인지 느끼게 되죠. 카드보드로 만든 가방을 직접 메고 다니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또 EVA 폼 우체통을 실제로 내 방 앞에 두고 쓰려면 어느 정도 크기가 돼야 할까요. 프로토타입을 만들며 느낀 부분을 영메이커들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기대가 됩니다.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메이커 교육실천

________영메이커의 메이킹 일지

탐구한 재료:

재료의 특징: 그림을 그리고 간략하게 설명해 주세요

활용 방안 1: 이 재료를 주로 써서 만들고 싶은 것을 글로 쓰거나 그림을 그려 주세요

활용 방안 2: 이 재료를 프로젝트에 활용할 방법을 글로 쓰거나 그림을 그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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