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아타씨 '차이나 …'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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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때 작가들이 액자에 예민한 것은 당연하다. '작품의 옷' 액자에 따라 작품 분위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전문 전시공간인 서울 송파구 한미갤러리의 '차이나 프로젝트'전(11월 1일까지)에서 눈여겨볼 게 특수액자. '폼'이 아니라 작품 보존을 위한 배려가 각별하다. 얼핏 평범한 유럽산 오크로 보이지만 나무를 중성 처리해 산(酸)이 새나오는 걸 막았다.

사진 위의 아크릴 역시 변색이 없는 중성 재질. 알고 보니 프린트도 현재 세계 최고라는 디지털 라이트젯 방식이라서 서울 충무로의 대형 현상소들에서 '견학차'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다음은 4년 만의 개인전을 열고 있는 사진작가 김아타(47)의 말이다.

"2002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때 한국관 옆 전시장에서 현재 세계 최고작가라는 안드레아 구르스키.토마스 루프의 작품을 유심히 봤다. 이들이 사용한 완성도 높은 액자를 보고 나도 독일 뒤셀도르프의 공방에 작품을 맡겼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액자가 아니라 작가의 자존심. 사실 김아타는 지난해 외국잡지 '브링크'가 선정한 '세계 1백대 사진가'이다.

차이나 시리즈의 컨셉트 역시 현대중국을 한번 손바닥에 올려본, 즉 '맞장을 떠본' 스케일 큰 작업이다. 그러나 과연 사진이라는 매체로 그런 작업이 가능할까? 물론이다. 근대사진과 다른 현대사진의 고유한 문법 때문이다. 이를테면 작가는 "그 거대국가와 유구한 역사 속에서 개인은 익명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닐까?"를 묻는다.

구체적으로 작가는 출품작 중 하나에서 만리장성 위 관광객들을 촬영한다. 단 렌즈를 오래(3분 내외)열어둔다. 이 경우 오가는 사람들은 희뿌연 모습으로 남아 있게 된다. 영락없는 유령 혹은 귀신의 모습이고, '만리장성만 있고, 사람은 사라진' 은유에 성공한다. 이번에는 천안문 광장 정면. 수백개 마네킹을 빼곡하게 세워놓아 개인의 상실을 암시한다.

현대사진의 핵심인 연출 효과와 다큐멘터리 작업을 병행한 이번 출품작들은 그러나 조금은 심심하다. 왜 그럴까. 워낙 강렬한 시각효과의 뮤지엄 시리즈에 대한 기억 때문일까? 중요한 것은 이번 작업이 평범한 은유가 아니라 '세계 인식으로서의 사진'이 갖는 위력 한자락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올 가을의 수확이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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