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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마크] 민주당 강훈식 "한국당 상습가출…이정도면 돌아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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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성룡 기자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성룡 기자

“빨리 뛰어요. 탈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이렇게 외치면서 달렸다. 충남 천안아산역 앞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 11분, 용산행 KTX의 출발 시각은 10시 13분이었다.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며 사라진 강 의원을 무리하게 쫓다가 장렬하게 넘어졌지만, 가까스로 열차에는 탑승할 수 있었다. 충남 아산시을이 지역구인 강 의원은 지역 행사에 참석한 뒤 여의도 국회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패기 넘치는 40대 초선 의원(1973년생)을 밀착마크하는 일은 20대 취재기자에게도 숨 가빴다. 중앙일보 밀착마크는 지난달 30일 진행됐다.

‘국회가 멈추면 국회의원은 놀고먹는다’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총선을 1년 앞둔 국회의원은 쉴 수 없다. 본격적으로 ‘지역구 다지기’에 들어가야 한다. 특히 작년 9월부터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활동한 강 의원은 “'월화수목금금금'처럼 일했다”고 토로했다.

전략기획위원장직은 이철희ㆍ금태섭ㆍ김영진 등 당내 ‘브레인’들이 맡아 왔다. 각종 선거의 기본 계획을 세우고 여론조사 업무를 총괄한다. 궂은일을 하지만 주목받지 못한다고 꺼리는 의원들도 있다. 강 의원은 “21대 총선의 밑그림을 그리고 나와서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2020 총선공천제도기획단 간사로 일하며 공천 규칙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강훈식 의원이 지난달 3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성룡 기자

강훈식 의원이 지난달 3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성룡 기자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왜 그만뒀나.
2년 5개월 정도 쉬지 않고 당직 생활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부터 시작해 20대 국회에서 원내대변인을 1년 하고 전략기획위원장을 10개월 했다. 그동안 지역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나 자신도 많이 지쳤다.
4월 재ㆍ보선 참패도 이유가 됐나.
사의 표명은 재ㆍ보선 전에 대표께 했다. 우린 참패하지 않았다. 1대1(여권에선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야권에선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당선)이었는데 참패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다만 국민의 엄중한 경고는 받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민생 경제를 살리라는 영남의 민심을 봤고 이후 총선 공천 룰이라든지 경제 문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큰 좌표가 됐다.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총선공천제도 발표 기자간담회. 강훈식 의원(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간사로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총선공천제도 발표 기자간담회. 강훈식 의원(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간사로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지난달 3일, 내년에 열릴 21대 총선의 공천 규칙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공식 선거나 당내 경선에 출마한 적이 없고 지역위원장이 아닌 경우’ ‘정치 신인’으로 간주해 득표율에 10~20%의 가산점을 주는 당규를 확정했다. 당내 의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정치 신인과 현역이 맞붙었을 경우 가산점으로 인해 승부가 뒤집힐 수도 있다.

정치 신인 가산점 제도는 ‘물갈이 신호탄’인가.
작은 유불리는 있을 것이다. 어떤 룰이라도 수평적으로 팽팽하게 만들 수는 없다. 다만, 선수라면 그 작은 유불리를 따지면 안 된다. 심판의 모든 결정에 대해 싸우면 경기를 하지 말라는 거다. 미리 규칙을 말해준 만큼 '1년이나 남았으니 이걸 넘어보겠다'라고 다짐하는 것이 선수의 자세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조국 수석 출마론도 나온다.
개인적으론 다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종 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잘되기를 바라는 자들은 어떤 역할이라도 해야 한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양정철 원장은 최근 서훈 국정원장과의 회동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뉴스1]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양정철 원장은 최근 서훈 국정원장과의 회동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뉴스1]

양 원장은 지난달 21일 서훈 국정원장과 4시간 동안 강남의 한 한정식집에서 사적인 자리를 가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민주연구원장 자리는 민주당의 싱크탱크이자 내년 총선 전략을 짜는 핵심 위치인 데다, 양 원장이 ‘文의 남자’라 불릴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져 야당의 공격이 거셌다. 전략기획위원장으로서 당연직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강 의원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볼까.

야당일 때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과 국정원장이 만났다면 같은 문제 제기를 안 했을까.
둘이 만났는지, 셋이 만났는지, 넷이 만났는지가 되게 중요하다. 그런데 기자랑 만났다고 한다. 기자의 양심과 기자 정신이 있다면 그분이 제일 정확하게 말했을 것이다. 기사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이야기했을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기자를 불렀던 서훈 국정원장의 처신도 탁월했다.
한국당이 침소봉대하는 건가.
문제 제기까지는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북풍 기획설이나 국정원 총선 개입설은 너무 갔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임명은 현재로는 득보다는 실이 많은 거 아닌가.
내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왜 하겠냐. 본인이 편하려면 오히려 안 왔을 거다. 그런데도 하는 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2년을 더 잘 모시고 그 이후에 총선 승리까지 필요한 역할을 뭐든 하겠다는 액면 그대로의 목소리가 정답인 거 같다.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가 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에 감사의 의미로 화분을 보냈다. 공성룡 기자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가 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에 감사의 의미로 화분을 보냈다. 공성룡 기자

강 의원실 방 한쪽에는 화분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그는 그중 하나를 가리키며 이인영 원내대표가 당선된 뒤 감사의 의미로 돌린 것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처음에 너무 작은 걸 줘서 큰 거로 바꿔 달라고 떼를 썼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런 장난이 통할 만큼 두 사람 사이가 각별하다는 얘기로 들렸다.

강 의원은 대학생 때, 막 정치를 시작하려는 야인 이인영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이 원내대표 쪽에서 젊은 리더를 뽑아 떠나는 여행을 기획했고 거기에 참여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시간이 지나 20대 국회에 입성한 강 의원은 이 원내대표의 대표적인 지지그룹인 ‘더좋은미래’ 활동을 시작하며 연을 이어갔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캠프의 브레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인영 의원이 꽃다발을 받은 후 의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웅래 후보, 홍영표 원내대표, 이인영 의원, 이해찬 대표, 김태년 후보. 오종택 기자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인영 의원이 꽃다발을 받은 후 의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웅래 후보, 홍영표 원내대표, 이인영 의원, 이해찬 대표, 김태년 후보. 오종택 기자

왜 이인영인가.
좀 더 역동적으로 당이 움직여야 한다고 평가한 것 같다. 이 원내대표가 주장한 젊은 세대와의 징검다리 역할론이라든지, 이념의 스펙트럼에서 중도층을 뺏기지 않겠다고 한 것들이 강하게 어필됐다고 본다.
이 원내대표의 당선이 이해찬 대표와 친문의 패배라는 시각도 있다.
과도한 해석이다. 민주당을 볼 때 자꾸 친문, 비문으로 보는데 그럼 잘못 해석할 확률이 높다. 이 원내대표는 18대 대선 때 문재인 당시 후보의 선거총괄본부장이기도 했다. 두 수레바퀴가 맞물리는 것처럼 오히려 이 원내대표가 이해찬 대표의 다이내믹성을 보강하는 측면이 훨씬 강하다고 본다.  
17년 8월 28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샵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강훈식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강훈식 의원실]

17년 8월 28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샵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강훈식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강훈식 의원실]

‘전략통’이라 불리는 강 의원을 설명하려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손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할 땐 그의 보좌관으로, 2007년 대선 후보로 있을 땐 선대위 전략기획본부 기획실장을 했다. 손학규 대표의 히트 상품이자 ‘민생대장정’의 원조 격이라 불리는 ‘100일 민심 대장정’도 강 의원의 작품이다.

손학규계가 맞나. 
손학규계는 아니다. 예전에 잘 모셨던 좋은 선배님이다.
현재 바른미래당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당이 가려고 하는 원칙이 뭔지 모르겠다. 공당이라는 건 룰과 체계에 의해서 바뀌어야 하는데 ‘당신이 한번 했는데 잘못했으니까 이제 우리가 할게’라고 해선 안 된다. 힘을 합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의원실에 걸려 있는 그림을 설명해주고 있는 강훈식 의원. 공성룡 기자

지난달 3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의원실에 걸려 있는 그림을 설명해주고 있는 강훈식 의원. 공성룡 기자

강 의원의 사무실 벽에는 꼬인 실타래를 그린 그림이 여러 개 있다. 국회 상황과 비슷하다고 하자 강 의원은 “여동생이 그려준 것”이라며 “원래 하나의 끈인데 막 묶어 놓았다. 시간이 걸리고 답답하지만 결국 잘 풀릴 거다. 정치인들이 서로 다르다는 걸 알면서 화해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했다. 또 "일부 의원들은 ‘저 답답한 걸 왜 걸어놨냐’고 하는데 물론 답답하다. 하지만 우리 정치가 다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국회 정상화 해법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최근 ‘한국당 킬러’라고 불린다.
난 킬러 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사실관계가 다른 것을 알려주는 거다.  
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올까.
내가 초선 국회의원인데 20대 국회에 들어와서 한국당이 17번이나 파행시켰다. 이건 상습 파행이다. 학생으로 따지면 계속 가출하는 학생이다. 여당에 무한 책임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특수한 학생의 경우에도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민이 판단할 거라고 본다. 결국 본인들도 시험(총선)을 잘 치르고 싶을 거다. 시험을 보려면 학교에 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솝이 30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유한국당 국회정상화를 요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솝이 30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유한국당 국회정상화를 요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오종택 기자

한국당을 제외하고 6월 국회 추진할 건가.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끝까지 안 들어오는 학생을 위해서 뭘 더 해줘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맞지 않는다. 가출한 학생이 학교에 돌아올 때 가장 멋진 건 조건 없이 공부하러 오겠습니다가 제일 멋지다. 17번 정도 되면 조건 없이 들어오는 게 답이다.  
21대 총선 전략,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보나.
과거지향적 행태가 너무 오랫동안 20대 국회의 한 축을 차지했다. 물론 경제 심판론을 야당이 주장할 수는 있으나 지금 이 정치체제와의 결별을 안 하고는 불가능하다. 구정치에 대한 피로도를 푸는 것이 우선이다.  

총선 규칙을 만드는 데 앞장선 강 의원은 내년 선거에 나가야 하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이후 민주당을 향한 충청 민심은 곱지 않은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강 의원은 “지역 내 실망감이 큰 게 사실”이라며 “야당에선 이완구 의원이나 이인제 의원이 다시 하겠다고 하니 다음번 총선은 과거 대 미래 구도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 “얼마 전에 모내기를 했는데 지금 익은 벼를 찾기는 힘들다.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심어 놓은 모를 무럭무럭 키우고 거기에 미래를 거는 것이 충남 도민들이 바라는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최소 3선은 시켜달라는 거냐’고 묻자 강 의원은 “그런 거  아니다”라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지만, 충청권의 미래를 그리는 전략가의 모습이 엿보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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