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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 명소로 떠오른 목화당, 체험여행 가볼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49)

안동 하회마을에서 새로 선보인,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섶다리. [사진 송의호]

안동 하회마을에서 새로 선보인,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섶다리. [사진 송의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지난 14일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 왕자는 20년 전 어머니 여왕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걸었다. 길은 ‘로열웨이(The Royal Way)’로 명명됐다. 영국 왕실과 안동의 대를 이은 인연이다. 지난 25일 하회마을을 가보니 그 감흥이 남아 있었다. 앤드루 왕자 방문을 앞두고 놓은 섶다리에 관광객이 이어졌다. 하회마을과 건너편 부용대를 연결하는 낙동강을 가로지른 나무다리다.

그 섶다리 앞 제방 너머 초가에 또 다른 명소와 장인이 있었다. 하회북촌길 목화당이다. 주인은 하회마을이 고향인 류복순(65) 여사다. 그는 올해로 34년째 목화 소재의 이불과 베개 등을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고 있다. 시집간 뒤 한동안은 서울에서 이 일을 했다. 고향 하회마을로 돌아온 것은 22년 전.

100년 역사의 초가 ‘목화당’

류복순 장인이 수확한 목화를 씨와 솜으로 분리하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위). 천연염색한 무명천을 재단하는 모습(아래 왼쪽), 이불을 만들기 위해 솜을 꾸미는 모습(아래 오른쪽). [사진 류복순]

류복순 장인이 수확한 목화를 씨와 솜으로 분리하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위). 천연염색한 무명천을 재단하는 모습(아래 왼쪽), 이불을 만들기 위해 솜을 꾸미는 모습(아래 오른쪽). [사진 류복순]

목화당은 툇마루와 방 4칸이 있는 100년 역사의 초가다. 목화는 류 씨가 좋아서 하는 일이자 사업이다. 안동 시내에 있는 공방 겸 전시장에는 직원 두 사람이 있다. 그는 “전통 방식을 고집하다 보니 이불 등 침구류 판매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그래서 농사인 목화 재배부터 이불을 만든 뒤 배달하는 일까지 겸한다”고 말했다.

목화 농사는 봄에 모종을 심어 여름을 나고 꽃이 핀 뒤 늦가을에 열매가 터지면서 솜이 나온다. 수확한 목화는 씨와 솜으로 분리한다. 이때 씨 빼는 기구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한 송이 한 송이 하얀 목화솜을 얻는다. 목화솜은 솜틀기를 거치며 이불에 넣을 수 있는 몽글몽글한 상태가 된다. 그러면 안감을 재단해 이불 형태를 만들고 목화솜을 넣어 시침질로 마무리한다.

류 씨는 어머니를 닮아 바느질 솜씨가 일품이다. 이불이 완성되면 전국으로 택배를 보내거나 직접 배달한다. 그는 힘들게 농사지은 목화를 허투루 내버리지 않는다. 액자 등 다양한 장식품을 만들고 목화씨 기름을 활용해 천연비누 ‧ 천연화장품도 만든다. 류 씨는 요즘 자신처럼 목화를 좋아하고 손재주가 있는 딸 이경애(35)에게 이 일을 전수하고 있다. 딸은 10년 전 결혼해 울산에 살지만 아이들을 웬만큼 키워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농약 필요 없는 유기농 목화

전시장에 진열된 목화로 만든 침구용 천 등 각종 홈패션 제품(왼쪽). 전시장에 있는 목화 무명을 짜는 베틀(오른쪽). [사진 송의호]

전시장에 진열된 목화로 만든 침구용 천 등 각종 홈패션 제품(왼쪽). 전시장에 있는 목화 무명을 짜는 베틀(오른쪽). [사진 송의호]

류 씨는 목화 예찬론자다. “목화는 병충해에 강한 속성이 있어요. 진딧물 약 한 번만 치면 더 이상 농약 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농사처럼 10여 차례 농약을 치지 않아도 돼요. 유기농입니다. 그래서 식물성 무명 이불을 덮으면 몸이 편안해집니다.”

시내 공방에는 목화 실로 무명 짜는 베틀과 각종 도구가 마련돼 있었다. 목화당 주변은 목화밭이다. 자그마치 3000평이다. 집 앞 목화밭은 한창 모종이 자라고 있었다. 민박을 겸하는 목화당에는 주인이 직접 만든 천연 소재 목화 침구류가 제공된다. 집 주변엔 류 씨가 계란 껍데기 등 신농법으로 농사지은 갖가지 야채가 자라고 있다. 그걸로 밥상을 준비한다.

하회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이 마을에는 류성룡의 『징비록』과 하회탈춤, 거기에 엘리자베스 여왕의 발자취가 있다. 여기에 어머니와 딸이 전통을 이어가는 목화방 등 새로운 체험 거리도 들어 있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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