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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들에게 가업 승계 나선 경주 전통공예 장인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48)

김외준 장인이 경주 청광도예 공방에서 특허인 ‘솔피문양 도자기’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송의호]

김외준 장인이 경주 청광도예 공방에서 특허인 ‘솔피문양 도자기’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송의호]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에는 젊은 자녀들에게 전통공예를 가르치는 장인들이 있다. 가업을 물려주기 위해서다. 그 중 한 사람이 경주 남산 자락에서 40여 년째 도자기를 빚는 김외준(55) 장인이다. 그는 남산을 오르내리며 눈여겨본 소나무의 인상을 도자기에 입혀 왔다. 남산의 소나무 껍질을 닮은 특허 디자인 ‘솔피문양 도자기’다. 툭툭 갈라진 투박함은 철갑을 두른 ‘남산 위의 저 소나무’를 연상시킨다.

김 장인은 공방에서 쉬지 않고 물레를 돌리는 중에도 자식에게 도자기 기술을 전수해 왔다. 김 장인은 공업고등학교 요업과를 다니며 도자기를 공부했다. 공고에서 학년별로 두 명쯤 양성하는 작가의 길을 걸었다. 이후 경주에서 도자기 일을 시작해 20년 전쯤 지금의 청광도예 작업장을 일궜다. 이 자리는 본래 경주에서 존경받던 고 김만술 조각가가 작업하던 곳이라고 한다.

두 아들에게 도자기 기술 전수

김외준 장인이 둘째 아들 김기득이 유약 바르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송의호]

김외준 장인이 둘째 아들 김기득이 유약 바르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송의호]

김 장인에겐 두 아들이 있다. 맏아들 김지훈(31)은 고등학교와 대학 모두 도예과를 졸업했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아버지 아래서 도자기를 배우다가 지난해 경주 충효동 도예교육센터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도자기는 만드는 것 만큼 마케팅이 중요하고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적성은 맞는데 돈벌이는 안 된다”고 걱정했다. “김대중 정부 때까지 (공예는) 유통은 신경 안 썼어요. 만들기만 하면 도매상이 물건을 모두 거두어갔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이 보급되고 인터넷 쇼핑몰과 지역축제가 활성화하면서 소매상이 없어졌어요. 대부분 직거래를 합니다.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가 됐어요.”

둘째아들 김기득(28)은 이날 아버지와 함께 공방 한쪽에서 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만들고 있었다. “조금 천천히 해봐라.” 아버지는 아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슬쩍 한수를 가르쳤다. 둘째 아들은 4년제 대학 도예과를 다니다가 1학년 때 중퇴했다. 그 이유가 의미심장하다. 대학을 다녀보니 도예인이 되는데 별로 도움 되는 게 없더라는 것이다. 차라리 아버지 밑에서 배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3년부터 아버지와 함께 공방을 지키며 도자기를 빚고 있다. 아버지는 둘째 아들이 재능이 보인다면서도 “아직은 많이 배워야 한다”고 독려했다. 둘째 아들은 “아직은 우리나라 도자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지 못하는 편”이라며 “세계적으로 한국 도자기가 좋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가업승계제도 도입해야”

경주유기공방 김완수(66) 장인이 기술을 전수받고 있는 막내아들 김덕우(30)와 함께 했다(위). 40여 년간 신라토기를 재현해 온 류진용(63) 장인이 동방북길 공방에서 토기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아래). 류 장인은 아들 류국현(42)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사진 송의호]

경주유기공방 김완수(66) 장인이 기술을 전수받고 있는 막내아들 김덕우(30)와 함께 했다(위). 40여 년간 신라토기를 재현해 온 류진용(63) 장인이 동방북길 공방에서 토기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아래). 류 장인은 아들 류국현(42)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사진 송의호]

김외준 장인은 공방을 운영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대구경북공예조합 이사장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그는 “전통공예 분야 대부분이 갈수록 벌이가 시원찮다”며 “도자기를 만들던 장인이 과수원으로 전직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며 어려움을 전했다. 대학의 공예과도 덩달아 없어지고 정원은 줄어드는 추세다.

김 장인은 그래서 우수한 공예인이 대를 이어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고 적어도 이직을 막을 수 있도록 청년 가업승계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녀가 전통공예를 가업으로 이을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기간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점차 사라지는 전통문화를 지키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김외준 장인 말고도 경주에는 유기를 만드는 김완수 장인, 신라토기를 재현하는 류진용 장인 등이 자녀에게 가업을 전수하고 있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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