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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암 수술 입원 짧으면 우수? 정부 평가에 반기 든 병원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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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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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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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잘 됐어요.”

심평원, 위암수술 평가기준 논란 #입원일 평균 12일보다 길면 ‘적색’ #병원 “연령·동반질병 등 고려해야” #심평원 “평가방식 보완하겠다”

대구광역시 이삼석(71)씨는 28일 오전 퇴원하던 차에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힘이 드는지 가족을 바꿔줬다. 사위였다. 그는 장인어른의 경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씨는 평소 건강 상태가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구토를 심하게 했다. 이달 10일 대구 달서구 보훈병원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했고 ‘암 의심’이 나와 12일 대구가톨릭병원에 입원했다. 검사 결과, 위암 ‘진행 3기’였다. 입원한 상태에서 수술에 필요한 폐·심장 등의 검사를 받았다. 위가 거의 막힌 상태라 영양을 공급하는 치료를 병행했다. 사위는 “입원한 상태에서 간호사들이 이런저런 검사를 안내하니까 편했다. 수술 전에는 간호사들이 30분마다 체크해 주더라”고 말했다. 15일 개복(開腹)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장인어른이 어느 정도 회복할 때까지 입원해서 의사·간호사가 돌봐주니 안심이 됐다. 돈이 좀 더 들긴 하지만 병원에 있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씨는 만 16일 입원했다. 이 병원의 2017년 환자당 평균입원기간이 15.8일이다. 전국 42개 상급종합병원 중 가장 길다(42위). 이 병원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위암 수술 적정성 평가’의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세부 항목의 평균입원일수(개복수술)에서 ‘적색 평가’를 받았다. 상급병원의 전체 평균(12일)보다 길다는 이유에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고려대 안암병원도 14.5일이 나와 37위를 했다. 역시 적색 평가를 받았다. 42개 상급병원 중 18개가 적색이다. 가장 짧은 데는 분당서울대병원(8.7일)이다. 대구가톨릭병원의 절반가량이다. 서울아산(9.3일), 신촌세브란스(9.5일), 삼성서울(10.8일) 등 큰 병원은 짧다. 심평원은 ‘결과값이 낮을수록 우수한 항목’이라고 평가한다. 입원일수가 짧을수록 우수하다는 뜻이다. 심평원 평가는 허점이 많다. 입원일수가 짧은 데는 입원시키지 않고 외래환자 상태에서 수술 전에 필요한 검사를 다 하기 때문에 짧게 나온다. 중증도·동반질병·연령 등도 고려하지 않는다. 입원기간이 짧으면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환자의 병실료 부담(5%)이 하루 3540원(6인실)~9060원(2인실)밖에 안 돼 비용이 입원기간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이런 방식에 반기를 든 데가 있다. 채현동 대구가톨릭병원 외과교수는 “환자가 서울로 빠져나가는 걸 막아보려고 4년 여전부터 입원해서 검사하고 수술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고육지책이었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입원해서 검사하고 수술받는 게 좋다. 환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위암 수술 환자의 평균 연령이 71세다. 채 교수는 “고령환자가 대부분이어서 외래에서 오가면서 검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수 고대안암병원 상부위장관외과 교수는 “빨리 퇴원한다고 환자가 행복한 게 절대 아니다. 빨리 퇴원하길 원하지 않고 회복해서 집에 가길 원한다. 입원기간이 짧은 데가 좋다고 심평원이 잘못 평가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위암 진단을 받고 소화기 내과에 입원해 검사를 받고, 협진이 필요하면 해당 과목 의사들이 병실에 와서 환자를 보는 게 좋지, 외래환자 자격으로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는 게 바람직하냐”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쫓겨나듯 빨리 퇴원해서 요양병원 가서 2주 있는 게 좋은지, 수술받은 병원에서 회복할 때까지 있는 게 좋은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짧은 입원기간’ 방침을 가진 병원의 생각은 다르다. 김형호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장은 “수술 후 오래 입원하면 원내 감염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수술을 하고 급성 진료, 모니터링 시기를 지나면 퇴원을 설득한다”며 “일찍 퇴원해서 합병증이 생기거나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사망률이 높으면 문제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환자 안전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교과서대로 일찍 퇴원시킨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일부 환자는 집으로 가라고 하면 요양병원으로 가기도 하더라”고 덧붙였다. 노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특임교수는 “외래로 오가며 검사한 뒤 입원하는 걸 선호하는 환자도 있다. 입원하면 가족이 와야 하고, 오가면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입원기간을 따질 때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입원기간이 22.6일에 달한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우리 환자는 복합질환이 거의 다 있고, 퇴원 후 돌볼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무조건 빨리 퇴원시켜 병상 회전율을 높이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도, 빈 병상을 채우려고 오래 입원시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환자의 특성, 나이, 복합질환 여부, 경제적 상태 등을 따져서 입원일수를 봐야 한다. 퇴원 후 관리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성수 고대 교수는 “단순 입원기간이 아니라 ‘암진단-검사-수술-입원-퇴원-일상(가정) 복귀’ 기간을 따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손경애 심평원 중증질환평가부장은 “입원기간이 짧을수록 우수하다는 건 아니다. 현행 공개 방식에 문제가 있어 보여 조속히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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