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성추행 사건' 반전 여론에…"죄송합니다" 사과문 올라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하철 성추행 사건 피고인의 형 A씨가 재편집해 올린 채증 영상의 한 부분. [A씨 유튜브]

지하철 성추행 사건 피고인의 형 A씨가 재편집해 올린 채증 영상의 한 부분. [A씨 유튜브]

'표적 수사'로 동생이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몰려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던 네티즌이 사과했다. 억울하게 실형을 선고받은 줄 알았던 피고인이 과거 동종 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죄송합니다. 한분 한분 모두 사과드리겠습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이번 사건 피고인의 형이라고 밝힌 A씨는 "어떤 욕과 비난이라도 달게 받겠다. 오늘 밤을 새우고 언제라도 단 한 분도 빼놓지 않고 다 사죄 말씀 꼭 드리겠다"고 전했다.

이어 "(사건) 공개 후 언론에 나올 때만 해도 이 일은 저와 동생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수사 관행이 앞으로는 사라지겠구나 했다. 그런데 오히려 여러분께 피해를 주게 됐다"며 "여러분들이 화가 난 이유를 글을 읽으며 알게 됐다. 저에게 이용당했다는 배신감을 미처 생각 못 했다. 용서를 빈다"고 밝혔다.

A씨는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철도특별사법경찰의 수사방식과 법원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수사대는 앞으로도 버젓이 이런 수사방식을 계속 고수할 테고 법원 역시 마찬가지일 테다"라며 "앞으로 억울해도 여론에 호소하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가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화가 나고 안 믿어도 이 점은 꼭 보셔야 한다. 막막하지만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A씨가 사과문을 올린 온라인 커뮤니티는 동생의 무죄를 주장하는 글이 처음으로 올라왔던 곳이다. 다만 사과문을 올린 A씨가 이번 사건 피고인의 형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서울 '지하철 성추행' 사건은 피고인의 형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청원 게시판 등에 "동생이 경찰의 표적 수사로 성추행범이 됐다"는 호소문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호소문에는 동생이 만원 지하철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았지만, '동생은 성추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담겼다. 글쓴이는 "판사님의 혜안과 공정한 판단을 끝까지 믿었다"며 "(하지만) 이제 여러분의 도움 외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수사 기관의 '표적 수사'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가해자가 해당 사건 며칠 전에도 수상한 행동을 했고, 56회에 걸친 몰래카메라 전과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은 반전됐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