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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중화권 감독·작품들, 올해는?

중앙일보

입력

5월은 칸 영화제의 계절이다. 특히 올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왕좌격인 황금종려상(Palme d'Or)을 수상할 수 있을 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칸(프랑스), 베니스(이탈리아), 베를린(독일) 영화제는 역사와 권위를 갖고 있는 만큼 심사 과정이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엄선됐기에, 시간이 오래 흘러도 '명작'으로 남아 작품성을 인정받는다. 그렇다면, 중화권 작품 가운데 세계3대 영화제의 왕좌에 오른 작품과 감독은 누가 있을까?

칸 영화제|황금종려상(Palme d'Or)

1955년에 시작된 칸 영화제는 국제 영화제의 메카라 불리며, 거대한 필름마켓을 자랑한다. 경쟁 부문 초정작 가운데 최고 작품의 감독에게 주어지는 최고상인 '황금종려상(Palme d'Or)' 수상의 영예를 안은 중화권 작품은 단 하나다.

제72회 칸영화제 공식포스터

제72회 칸영화제 공식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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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회 (1993년)
패왕별희|천카이거(陈凯歌)
패왕별희는 경극단 출신 두남자 배우의 삶을 통해 1920년대 이후 약 50년 간에 걸친 중국현대사의 굴곡을 묘사한 작품이다.

1993년 제46회 칸 영화제 현장에서 장풍의, 공리, 장국영

1993년 제46회 칸 영화제 현장에서 장풍의, 공리, 장국영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칸 영화제 수상 이후, 중국 내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중국 당국의 검열에 걸린 것. 주인공들의 자살 시점이 '희망찬' 덩샤오핑 시대였던 것이 문제였다. 반면 한국에서는 패왕별희 감상 열풍이 불었다. 1993년 12월에는 서울 연강홀(현 두산아트센터)에서는 중국대사관 직원 및 서울주자 중국상사 직원과 가족이 모여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당시 중국대사관의 한 외교관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그랑프리)을 수상한 우리나라 영화를 외국에서 보는 감회가 각별하다. 그저 자랑스럽고 기쁘다"는 소감을 남겼다고 한다.

베니스 영화제|황금사자상(Leone d'Oro)

베니스 영화제는 어떨까?매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국제 영화제로 최초의 국제 영화제이며 예술영화를 지향한다. 한국은 영화 <씨받이>로 배우 강수연이 여우주연상(1987), 영화<오아시스>로 감독 이창동과 배우 문소리가 각각 특별감독상, 신인배우상을 수상(2002)했고, 영화<피에타>로 김기덕 감독이 황금사자상을 수상(2012)했다. 베니스영화제 최고의 작품상 대상에 빛나는 황금사자상(Leone d'Oro)을 수상한 중화권 작품을 찾아봤다.

2018년 제75회 베니스영화제 공식포스터

2018년 제75회 베니스영화제 공식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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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회(1989년)
비정성시|허우샤오시엔(侯孝賢)
장국영은 영화<비정성시>에서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사진사 '문청'역을 맡아 절제된 눈빛 연기로 호평 받았다.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는 지우펀에 사는 임씨(林氏) 일가의 네 아들을 통해서 대만 현대사의 격동과 혼란을 그린 영화다. 이 작품으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감독 허우샤오시엔은 ‘역사와 인간과 영화미학이 완벽하게 만났다’는 평을 받았다. 평소에도 "영화감독으로 불리는 것보다 카메라를 든 역사가로 남길 원한다"는 허우샤오시엔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자화상과 그들에 대한 애정을 영화 속에 잘 녹인 감독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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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1992년)
귀주 이야기|장이머우(張藝謨)
장이머우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였던 영화 <귀주이야기>는 공리가 관리에게 당한 자존심을 되찾는 촌부역을 맡아 열연한다. 시골아낙 귀주는 남편에게 상해를 입힌 촌장을 고발해 사과를 받으려 하지만 관료주의로 번번히 가로막힌다. 하지만 그녀의 출산과정에서 촌장이 도와 주고 둘은 화해하지만 뒤늦게 관료들은 촌장을 체포해간다. 중국 농촌 사회의 전통적 모습과 북적대는 중국 오지의 도시 모습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영화(실제로 90%이상의 출연진이 시골 농부들이었다)로 호평 받았다. 황금사자상과 더불어 공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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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1994년)
애정만세|차이밍량(蔡明亮)
차이밍량 감독의 <애정만세>는 부동산 중개회사 직원인 한 여성과 빈 집을 떠돌며 생활하는 두 청년의 일상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단절을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는 독특한 기법으로 촬영됐다. 시작 후 10분이 넘도록 대사도 음악도 없다. 절제된 대사와 무음으로 꽉 찬 화면과 한 가지 상황을 오래 보여주는 기법으로 고독과 단절을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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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1999년)
책상 서랍 속의 동화|장이머우
성(性)을 소재로 한 영화가 유난히 많이 출품됐던 56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은 휴머니즘을 택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두고 "중국 오지마을 한 학교의 어려운 상황을 현실감있게 묘사했다" 며 선정이유를 밝혔다. 탁월한 영상미에 디테일한 연출로 호평을 받았으나, 교훈적인 결말로 일부에선 '국책(國策) 영화' 란 비난도 받았다. 앞서 열린 칸영화제 경쟁작에 오르지 못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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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회(2005년)
브로크백 마운틴|이안(李安)
<브로크백 마운틴>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여성작가 애니 플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1960년대 미국 와이오밍주의 목장을 배경으로 두 명의 동성애자 카우보이의 이야기를 담은 로드무비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영화제 초반엔 관심을 받지 못하다, 토론토영화제 참석 차 베니스를 떠난 이안 감독은 베니스영화제 측이 다시 돌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급히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게 됐다고. 영화는 이안 감독 특유의 꼼꼼한 내러티브와 서정적인 카메라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감독은 시상식장에서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얘기다. 동성애 이야기라 화제가 됐지만 나는 이 영화가 로맨틱 러브스토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2006년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도 수상해, 그야말로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이안 감독은 동서를 아우르는 독특한 감성을 갖고 있으며. 특히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열린 시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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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회(2006년)
스틸 라이프|지아장커(賈樟柯)
스틸 라이프(중국명 '삼협호인')는 삼협댐의 건설로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로, 심사위원으로부터 "시적인 영상에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개막식 당시 경쟁부문 목록에 없었으나 '서프라이즈 필름'(깜짝 상영)으로 뒤늦게 합류해, 쟁쟁한 작품들을 따돌리고 대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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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회(2007년)
색,계|이안
영화 <색, 계(色,戒)>는 2차 세계대전 중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에로틱 첩보 스릴러다.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얻은 지 2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이안 감독은 수상 후, “<색,계>는 중국의 과거, 지난 세기의 상실과 의기소침을 그린 영화”라며 “대만, 홍콩, 중국이 협업한 좋은 예”라며 소감을 밝혔다.

베를린 영화제|황금곰상(Golden Berlin Bear)

독일의 베를린에서 매년 개최되는 국제영화제. 영화 비평가와 감독 위주의 영화제다. 최고의 영예는 황금곰상(Golden Berlin Bear)으로 베를린영화제 최우수 영화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2019년 베를린영화제 공식포스터

2019년 베를린영화제 공식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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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회(1993년)
결혼 피로연|이안
이안 감독의 영화 <결혼피로연>은 동양의 유교적 가족관과 동성애, 아시아 문화와 미국 문화 등 이질적인 문화권의 충돌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다루는데 있어 핵심을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려운 주제를 놓고 고심한 이안 감독의 흔적이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두 문화권의 충돌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차원에서 그려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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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회(1996년)
센스 앤 센서빌리티|이안
베를린영화제에서 두번째 황금곰상을 거머쥔 것도 이안 감독이다. 영화<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19세기 영국의 대표적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초기작품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할리우드는 이례적으로, 영국 시대극을 신예 동양감독에게 맡겼다. 이안 감독은 본연의 색을 감추고, 영국인들을 웃게 만드는 코믹한 시대극 한 편을 멋지게 제작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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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회(2007년)
투야의 결혼|왕취엔안(王全安)
내몽골 유목민의 일상과 가치관을 고찰한 <투야의 결혼(圖雅的婚事)>은 우물을 파다가 불구가 된 늙은 남편과 두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억척같이 살아가는 투야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살기 위해 남편과 이혼 후, 재혼을 결심하는데, 남편과 함께 살아 줄 새 신랑을 찾는다. 유목민의 삶과 억척스런 여주인공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왕취엔안 감독은 중국 6세대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주목받았으나, 2014년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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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회(2014년)
백일염화|댜오이난(刁亦男)
백일염화(白日焰火: Black Coal,Thin Ice)는 정통 느와르 범죄 스릴러 영화다. 1999년 중국 북부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시체가 발견된 것을 추적하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은 전직 경찰관이 5년후 또다른 살인사건들을 조사하는 과정을 그렸다.
<백일염화>는 할리우드의 필름표현 기법으로 중국 사회의 변천, 중국인의 삶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처음으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에 도전한 댜오이난 감독은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았던 꿈이 실현됐다. 지금 이 상황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차이나랩 임서영

네이버중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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