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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메이, 6월초 국빈방문 트럼프 맞은 후 대표 사임할 듯"

중앙일보

입력

모든 방안을 거부하는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 협상안을 통과시키려 시도했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결국 사퇴 일정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EPA=연합뉴스]

모든 방안을 거부하는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 협상안을 통과시키려 시도했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결국 사퇴 일정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EPA=연합뉴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려고 안간힘을 써온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해결을 보지 못하고 결국 사퇴할 처지에 놓였다. 24일(현지시간) 보수당 평의원 모임과 만남에서 그가 사퇴 시한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6월 3~5일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총리로서 만난 후 그 다음 주 정도에 보수당 대표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FT는 전했다.

FT "24일 평의원모임서 사퇴일정 밝힐 듯" #새 대표 선출하는 7월까지 총리직 가능성 #잔류파 메이, 캐머론 이어 브렉시트 추진 #'결정 불능' 하원…강경파 등장시 갈등 예상

 메이 총리는 하원이 브렉시트와 관련해 어떠한 방안에도 합의하지 못하자 야당인 노동당과 접점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최근 새로운 EU 탈퇴협정 법안을 의회에 제출해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탈퇴협정 법안은 영국과 EU가 합의한 탈퇴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 내부적으로 필요한 각종 법안을 말한다.

메이 총리의 협상안에 보수당 강경파와 야당인 노동당은 모두 반대했다. [EPA=연합뉴스]

메이 총리의 협상안에 보수당 강경파와 야당인 노동당은 모두 반대했다. [EPA=연합뉴스]

 이 법안에는 하원이 결정하면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개최하고, 상품 분야에서 EU 관세동맹 잔류를 수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자 여당 강경파가 반대하면서 메이의 사퇴를 요구했다. 22일 앤드리아 레드섬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가 메이에 반대하며 사임해 치명타를 안겼다.

 보수당 의원들은 다음달 10일께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을 적기라고 보고 있다. 메이가 스스로 날짜를 밝히지 않을 경우 15일 불신임 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메이는 이미 한차례 당내 신임 투표를 통과했지만 의원들이 당 규정을 바꿔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메이의 새 협정안에 반대하며 사퇴한 앤드리아 레드섬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 [AP=연합뉴스]

메이의 새 협정안에 반대하며 사퇴한 앤드리아 레드섬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 [AP=연합뉴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에 이어 자리에 올랐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통과된 지 수주 후였다. 자신은 EU 잔류에 투표했음에도 그는 총리가 된 후 “브렉시트는 말 그대로 브렉시트"라며 국민의 의사를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그가 EU 측과 합의해 온 안을 놓고 보수당 강경파와 노동당은 모두 반대했다. 수차례 표결에서 모두 부결됐다. 하원은 메이의 협상안 외에 모든 방안에 어깃장을 놓는 결정 불능 상태를 노출했다.

브렉시트 찬성파가 내건 현수막 [AP=연합뉴스]

브렉시트 찬성파가 내건 현수막 [AP=연합뉴스]

 메이는 당 대표직을 내려놓더라도 새 대표가 선출되는 7월까지 총리직은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총리실은 총리 대행이 임명될 지, 메이가그때까지 유지해 줄지 밝히지 않고 있다.

 23일부터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되고 있지만 보수당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가장 낮은 10% 이하의 득표를 보일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예측되고 있다. 이런 형편에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등 브렉시트 강경파가 총리직을 노리고 있다.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한 적이 있는 인물이 총리가 되면 EU와의 갈등이 재점할 전망이다. 브렉시트를 하든 안 하든 영국 국민 상당수는 국민투표로 결정한 사안을 진행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신물을 내고 있다.

메이 총리는 남편과 사퇴 일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PA=연합뉴스]

메이 총리는 남편과 사퇴 일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PA=연합뉴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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