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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개방에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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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평양축전을 끝낸 북한은 앞으로 경제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1월과 금년 6월에 개최된 조선노동당중앙위 전원회의가 채택한 공작기계공업·전자자동화공업에의 주력 및 경공업 확대 방침을 봐도 그 같은 예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전문가인 「즈웨이그」교수는 뉴욕타임스지(15일자) 기고문에서 북한의 최근 동향과 관련, 『경제개발이 당무의 중심이 되고 있다』면서 『북한은 기술의 낙후와 경공업 및 소비재의 저질을 시인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다시 말해 북한의 대외개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미국업자의 북한수출신청을 미 상무성이 허가한 내용 중에 컴퓨터 및 관련품목이 들어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공작기계공업·전자자동화공업 및 경공업의 혁신을 위한 북한의 노력은 대외경제교류 면에서도 나타난다.
한 예로 북한은 79년부터 최근까지 유엔개발계획(UNDP)으로부터 여러 분야에 걸쳐 2천7백만 달러의 지원을 받았는데 그중 평성반도체시험공장 (집적회로 개발·생산 주력), 전력부문·의류디자인·통신기술부문 등에 관한 합의가 포함되어 있다.
최근 들어 북한·조총련 합영사업에서도 인민소비품 생산증대를 위한 경공업부문과 전자자동화공업부문에 역점을 두고있다.
작년 11월에 신설된 정무원산하 합영공업부의 김성환 부부장이 최근 일본 최재진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1백여 합영기업 중 70개가 조총련 상공인과의 합영이고, 합영업종의 8할이 봉제·섬유가공 등 경공업과 서비스, 나머지는 기계·약전·건축관계라고 한다.
조총련과의 합영사업은 86년8월 대북한 투자알선, 정보교환, 계약체결 등을 총괄하는 「국제합영총회사」가 설립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조총련과의 합영사업에서 전자자동화공업 및 경공업 혁신방침과 관련된 사업을 찾아보면 신흥합영회사·명전합영회사·함흥화학합영공장·평양실크합영회사·평양포장재합영회사, 그리고 북한·조총련의 대표적 합영화사인 모란봉합영회사 등이 눈에 띈다.
지난 2월에 설립된 신흥합영회사는 북한에서 합영에 의한 최초의 전자제품 전문생산업체인데 조총련계의 신진회사가 투자참여, 동경해바라기상사와 해서무역회사가 별도지원하기로 되어 있다. 이 회사는 자전거·오토바이류·전자계산기·컬러TV·녹음기·VTR·통신기기·축뇌기구 등 약전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명전합영회사는 전자의료기구 전문생산업체로 북한 보건부산하의 의료기구연합회사와 조총련계의 풍영상사가 참여했다.
이 회사는 주로 심전계를 비롯, 초음파진단기·위내시경·뇌파기 등 현대적인 의료기구 생산과 의료정보처리를 위한 컴퓨터와 프로그램개발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4월에 조업을 시작한 함홍화학합영공장은 조총련 상공인연합회와 계열상공인의 공동투자에 의한 것으로 각종 지하자원개발과 금속·화학·전자자동화공업용 소재 생산업체다.
평양실크합영회사는 북한의 「비단상사」가 생사·견직물 등 가공품생산에 필요한 건물·설비 등에 투자하고 조총련계의 경도상공주식회사가 자동조사기 3세트, 직기 30대, 전공정의 부속설비, 가공기계 등을 현물로 출자하는 형식으로 지난해 9월 설립했다.
이 회사는 연간 수십만m의 실크천과 수백t의 실크사를 생산할 수 있는 광목견직기와 자동조사기·합사기· 연사기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제품의 대부분을 수출키로 합의했다.
86년 l2월에 설립된 모란봉합영회사는 북한의 은하무역총회사와 조총련계의 모란봉주식회사가 합영한 것으로 연간 20만벌의 남성기성복을 생산하는 대동강피복공장과 최신설비를 갖춰 「현대적 미에 맞는」다양한 의류(신사복·점퍼·블라우스·원피스) 생산에 주력하는 동대원피복공장을 운영하고있다.
이 두 공장은 연간 40만벌 생산능력을 정비하고 있으며 현재 원료를 일본에서 들여와 전 제품을 시험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평양포장재합영회사는 골판지 전문생산업체로 평양식료연합기업소와 조총련계의 서동경상사가 지난4월 설립했다. 종이합판설비 및 가공설비를 갖추고 종이합판제작·절단·인쇄· 철심봉재 등 포장 전과정을 처리하는 수출용 포장재생산 전문회사다.
북한은 서방측과의 기술 및 자원도입이 여의치 않은 실정에서 조총련과의 합영사업을 대외경제교류의 중요한 돌파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전자자동화공업 및 경공업 혁신에 필요한 대외협력도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조총련과의 합영기업은 소련의 한반도경제관계 전문가인「미헤예프가」가 『극동의 제문제』 최근호에서 지적한바 있듯이 배한 경제체제내에 시장원리로 작동하는 이른바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자본주의 경제와의 접합을 의미하는 「제2부문」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유영구 동서문제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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