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에 "주제 넘은 짓" 막말한 판사, 인권위 주의권고에 "수용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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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법정 방청객에게 막말을 한 판사에게 인권위가 주의권고를 내렸지만 법원은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뉴스1]

고령의 법정 방청객에게 막말을 한 판사에게 인권위가 주의권고를 내렸지만 법원은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뉴스1]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법정 방청객에게 "주제 넘는 짓"이라고 발언한 판사에 대해 재발 방지 및 주의 조치를 권고했지만, 법원이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22일 인권위에 따르면 수원지법과 광주지법은 방청객에 대해 '주제넘는 짓'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법관의 법정 언행은 재판 범주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측은 또 해당 발언은 재판 진행 과정에서 나온 말이며, 절차에서 허용되는 소송 지휘권을 벗어난 부당한 언행이나 재판 진행이 있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불수용 근거도 제시했다.

앞서 2017년 6월 60대 초반 대학교수 A씨는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학교 총장의 배임 및 성추행 관련 재판 방청 중에 40대인 판사로부터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해당 판사는 A씨가 탄원서와 함께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자 재판에서 A씨를 일으켜 세운 뒤 "주제넘은 짓(행동)을 했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판사가 형사소송법상 증거절차를 지키고 피고인 방어권 침해 우려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 해도 이런 발언을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A씨에게 한 것은 자존감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장의 언행은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를 일탈해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당시 재판장에게는 주의조치를 하고 유사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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