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편 구하러 불길 뛰어든 아픈 아내…부부는 나란히 쓰러져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22일 오전 광주 대인시장 내 주택 화재로 부부가 숨졌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광주 대인시장 내 주택 화재로 부부가 숨졌다. [연합뉴스]

"몸도 아픈 아주머니가 남편 구하려고 불타는 집 안으로 뛰어든 거 같아요."

22일 부부의 생명을 앗아간 화재를 목격하고 경찰과 소방에 신고한 광주 동구 대인시장 상인 A씨는 가슴 졸였던 오전 상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6시 50분쯤 '불이야'라는 외마디 비명을 듣고 가게 밖으로 나와봤다. 김모(62)씨 집 대문이 활짝 열려있었고 김씨 가족이 사는 건물 3층 주택에서는 시뻘건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A씨는 신고를 했고 소방대는 몇 분 후 도착해 불을 껐다. 하지만 김씨와 아내 홍모(59)씨는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불이 난 3층짜리 상가 겸 주택 건물을 소유한 김씨 부부는 항상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시장 상인들은 증언했다. 김씨는 여러 곳을 돌며 강연을 하러 다녔는데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는 아내 홍씨를 살뜰하게 보살폈다. A씨는 "홍씨가 '불이야'라고 소리를 질러 주변 상인에게 도움을 청한 뒤 남편을 구하려 아픈 몸을 이끌고 집 안에 돌아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소방대원이 불 꺼진 집 안을 수색했을 때 부부는 화장실 안쪽에 나란히 쓰러져 있었다. 남편 김씨는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었고 얼굴에는 수건 같은 헝겊이 덮여 있었다. 홍씨는 의식 잃은 남편을 화장실 안까지 끌고 온 듯 그 옆에 엎드려 있었다고 구조 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화재 당시 건물 2층에서는 김씨 아들이 잠을 자고 있었으며 소방관이 깨워 구조했다. 불은 화장실과 이어진 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오는 23일 오전 10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해 김씨 부부의 사망 원인과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