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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장에 의자, 스카이트리엔 성조기…아베의 트럼프 모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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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 경기장엔 방석 대신 의자, 트럼프 트로피도 준비, '스카이트리'엔 성조기색 조명, 골프장엔 추억의 일본 최고 프로 골퍼.

레이와 첫 국빈 트럼프 25~28일 도쿄방문 #아베, 트럼프에게 ‘최고의 오모테나시’ 준비 #스모 관람땐 방석 대신 트럼프용 의자 배치 #트럼프가 우승자에게 줄 트로피 특별 제작 #골프 회동엔 전설의 골퍼 아오키 동반 검토 #도쿄 스카이트리 조명은 성조기색으로 치장 #나루히토 일왕과의 기자회견,궁중만찬 예정 #트럼프-아베 해상자위대 호위함도 함께 타 #

2017년 11월 방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 골프장에서의 라운딩에 앞서 오찬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중앙포토]

2017년 11월 방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 골프장에서의 라운딩에 앞서 오찬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중앙포토]

레이와(令和ㆍ일본의 새 연호)시대 첫 국빈으로 25~28일 일본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해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와 일본 정부가 최고의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진심을 담은 일본식 접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2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는 아베 총리의 자세에 대해 닛케이는 "일본과 유일한 동맹관계인 미국의 대통령을 레이와의 첫 국빈으로 초청해 강력한 양국 관계를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25일 도쿄에 도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아베 총리와 골프 라운딩을 한 뒤 도쿄 료고쿠(両国)에 위치한 스모 경기장 '고쿠기칸(國技館)'에서 스모 경기를 함께 관람한다.

아베 총리가 특히 정성을 들이고 있는 건 스모 관람이다.
26일은 현재 한창 진행중인 여름대회의 우승자가 결정되는 날이다.

두 정상은 '도효(土俵·모래판 경기장)'에 가깝게 위치한 ‘마스세키(升席)’라는 관람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게 된다.

VIP석이 아닌 이 곳을 택한 건 스모 선수들의 격한 호흡과 경기의 생동감을 더 가까이서 느끼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7년 도쿄 인근 골프장에서 라운딩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앞)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2017년 도쿄 인근 골프장에서 라운딩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앞)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통상은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방석 대신 의자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경기가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우승자에게 일본 정부가 준비한 ‘미·일우호친선의 트럼프 트로피’를 증정하게 된다.

일본 스모계의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이벤트를 해야할지를 놓고 스모협회와 총리관저가 한달여전부터 머리를 싸매고 궁리해왔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골프 라운딩엔 일본을 대표하는 프로 골퍼 아오키 이사오(青木功·76)가 동행하는 방안이 검토중이라고 한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앞서 골프 라운딩때 1980년 US오픈에서 미국의 잭 니클라우스와 아오키가 사투를 벌였던 장면이 화제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골프 동반자 선정에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세밀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골프와 스모 관람이 끝난 26일 저녁엔 두 정상의 만찬이 예정돼 있다.

식사 장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취향을 고려한 장소로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방일때의 만찬 장소는 긴자의 고급 철판구이 레스토랑  ‘우카이테이(うかい亭)’였다. 평소 케첩을 뿌린 쇠고기 스테이크 요리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을 고려한 것이었다.

27일엔 나루히토(德仁)일왕과 트럼프의 기자회견, 미ㆍ일 정상회담, 일왕이 주최하는 궁중만찬 등이 예정돼 있다.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에서 셋째)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넷째)가 6일 일왕의 거처를 방문해 각각 아키히토 당시 일왕(왼쪽), 미치코 당시 왕비(오른쪽)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날 일왕은 ’양국 간 우호관계와 미국의 지원으로 오늘날의 일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 AP=연합뉴스]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에서 셋째)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넷째)가 6일 일왕의 거처를 방문해 각각 아키히토 당시 일왕(왼쪽), 미치코 당시 왕비(오른쪽)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날 일왕은 ’양국 간 우호관계와 미국의 지원으로 오늘날의 일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 AP=연합뉴스]

방일 마지막날인 28일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즈모(いずも)급 호위함에 함께 승선하는 이벤트가 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는 이즈모급 호위함 2척을 사실상의 항공모함으로 개조해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를 싣겠다는 계획"이라며 "대일 무역적자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F35B를 일본이 구입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는 3박4일 동안 도쿄시내 전체가 '트럼프 모드'에 돌입한다.

랜드마크인 634m 높이 전파탑 ‘도쿄 스카이트리’의 조명은 성조기를 상징하는 빨강,파랑,흰색으로 치장된다.

도쿄스카이트리 전경.[중앙포토]

도쿄스카이트리 전경.[중앙포토]

시내에는 삼엄한 경계태세가 펼쳐진다.

 닛케이에 따르면 테러에 대처하기 위한 ERT(긴급시초동대응부대)가 배치되고, 수상한 드론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부대도 투입된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아베 총리가 준비하는 요란한 ‘오모테나시’엔 미ㆍ일 동맹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겠다는 것외에 국내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베 총리는 ‘정권 순항의 분수령’이라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일본 정가에선 최근들어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통해 중ㆍ참 의원 동시 선거를 시도할 가능성'도 비중있게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방일을 통해 아베 총리가 국내 유권자들에게 "아베가 아니면 누가 미ㆍ일동맹을 저렇게 공고히 할 수 있겠느냐","외교는 누가 하느냐"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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