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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부부의 날]“돈 있으니 결혼? 부부의 가치 배웠기 때문이죠” 결혼학교 1기 예비부부

중앙일보

입력

예비부부 서은혜(왼쪽) 씨와 지창락 씨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천 인근 공원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8월 결혼 예정인 두 사람은 강남구와 한국한아름복지회에서 주관하는 '결혼학교' 수업을 함께 들었다. 우상조 기자

예비부부 서은혜(왼쪽) 씨와 지창락 씨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천 인근 공원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8월 결혼 예정인 두 사람은 강남구와 한국한아름복지회에서 주관하는 '결혼학교' 수업을 함께 들었다. 우상조 기자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만나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부의 인연을 맺은 건수는 25만7600건. 20년 전인 1998년(37만3500건)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비혼 인구가 늘고 있지만 결혼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서은혜(36), 지창락(35)씨는 오는 8월 결혼식을 올린다. 두 사람은 서울 강남구 양재동과 개포동에 각각 살고 있다. 어찌 보면 강남의 풍족한 예비부부로 보이지만, 지씨는 사업을 준비하다 실패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서씨를 만났다. 물질적 결핍 속에서 쉽사리 부부가 되길 약속하기 어려웠던 이들은 ‘결혼학교’를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굳건히 했고 3개월 뒤 열매를 맺는다. 두 사람은 “반드시 풍족한 사람들만 부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혼 조언 구하면 대부분 ‘부정적’…분위기 바뀌어야

서씨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낀 거지만 부부생활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많이 없는 편”이라며 “고생의 시작이라거나 자유와 경제적 여유를 포기해야 한다는 등 온통 부정적 이야기뿐이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은 열가지의 부정적 측면이 있어도 한가지 긍정적 이유가 있다면, 그 한가지로 더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는 “사회적 역할이 배로 늘어나고, 기존에 누렸던 자유와 경제적 여유들을 포기해야 하지만 포기하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확신을 서로를 통해 얻었다”고 설명했다.

결혼학교 1기 수료 “결혼생활은 배움과 노력의 연속”

지씨와 서씨는 보다 현명한 부부가 되기 위해 특별한 준비를 하기도 했다. 지난 3월 8일부터 4월 19일까지 약 7주 동안 ‘결혼학교’에서 좋은 부부가 되기 위한 수업을 들은 것이다. 지씨는 “결혼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하나씩 맞춰가야 하는 것”이라며 “많이 들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차근차근 배워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결혼학교란 한국한아름복지회가 강남구의 주민참여예산을 지원받아 예비부부 및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다. 남녀의 심리 차이와 부부간 다툼을 줄이는 의사소통 방법을 비롯해 결혼생활에서 필요한 수납 정리, 요리 수업도 진행된다. 또 무료 산전검사 등 강남구에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지원 정책도 알아볼 수 있다.

서은혜ㆍ지창락 예비부부(왼쪽 두번째)가 지난달 결혼학교 과정 중 수납정리 수업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한국한아름복지회 제공]

서은혜ㆍ지창락 예비부부(왼쪽 두번째)가 지난달 결혼학교 과정 중 수납정리 수업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한국한아름복지회 제공]

결혼학교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한 이상임 한국한아름복지회 이사장은 “최근 결혼을 기피하는 사회적 풍조가 퍼지고, 준비되지 않은 결혼으로 혼인 초기 부부들의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부부간 노력으로 화목한 가정을 이뤄야만 출산율 및 노인빈곤 문제 극복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미화 강남구청 출산정책팀장도 “이번 프로그램은 민관이 합동으로 진행한 첫 결혼학교였는데 많은 미혼·비혼 커플이 참여했다”며 “결혼학교를 통해 결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지원정책 문턱 낮춰 현실성 높여주길”

서씨와 지씨는 신혼부부들 스스로 결혼생활을 차근차근 배워나가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지만, 신혼부부에 대한 정부의 정책도 문턱이 낮아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씨는 “요즘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로 인해 빚쟁이가 된 상태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처럼, 신혼부부들도 신혼집 마련으로 인해 빚을 떠안고 결혼생활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지금 신혼집으로 SH행복주택 서류심사를 받고 있는데, 부부 합산 소득기준이 낮고 행복주택 임대료와 전세대출 이자 상환의 이중고가 조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지씨도 “근로복지재단에 혼례비용 지원 정책이 있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며 “그런 정책을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예비부부들이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홍보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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