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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취객 제압 어려워"…표창원이 본 '대림동 여경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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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경찰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대림동 여경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표 의원은 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경 무용론'까지 번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현장을 잘 모르는 분들이 할 수 있는 말"이라며 주취자 진압이 어려운 본질적인 원인은 경찰 인력 부족에 있다고 지적했다.

'대림동 여경 논란'은 13일 오후 9시 50분 서울시 구로동에서 취객 2명이 경찰 2명에게 난동을 부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촉발됐다. 영상에는 남경이 50대 취객에게 뺨을 맞고 그를 제압하려다 40대 취객의 공격을 받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여경은 취객을 홀로 제압하지 못하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게 논란의 골자다.

"야간 지구대 취객 업무 과중…경찰 인력 부족"   

대림동 여성 경찰 논란. [구로경찰서]

대림동 여성 경찰 논란. [구로경찰서]

표 의원은 "남자 경찰관도 취객 한 명을 혼자 제압하기 어렵다"며 "저도 태권도 2단, 합기도 2단에 육체적으로 밀릴 게 없는 사람이었지만 취객 1명 제압을 제대로 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칫 잘못하면 그 취객이 다칠 수도 있고, 취객을 제압하다가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제압 과정에서 여러 일이 발생하는데 한 장면만 따로 놓고 경찰관에 대한 자격 유무, 여성 경찰관 전체로 확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표 의원은 또 여경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 논란이 인 것에 대해 "일단 근처에 있던 교통경찰이 합세해 경찰관들이 상황을 정리했다"며 "(여경이 도움을 요청한 건) 남자 시민분이 도와주면 훨씬 더 안전하게 상황이 제압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봤다.

그는 "여경이 무릎으로 상대 주취자를 제압하고 손으로 팔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수갑을 채우는 게 어려운 동작이었던 것 같다. 그 상황에서 시민분이 조금 제지만 해 주신다면 용이할 수 있다. 이런 판단 같다"고 덧붙였다.

표 의원은 또 경찰 인력 부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리 경찰이 야간에, 지구대에서 소화해야 할 취객 등 업무가 상당히 과중 돼 있다"며 "2년 전 포항 북부경찰서의 체력적으로 뛰어난 31살 남성 경장이 4시간에서 6시간 정도 취객 난동을 진압하고 지구대로 돌아와 휴식 중에 사망한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국 여경 수 현재도 상당히 부족"

표 의원은 '여경 무용론'에 대해 "현재 세계 경찰의 흐름에 전혀 어울리지 않고 역행하는 것"이라며 "경찰 업무 중에 육체적인 물리력이 사용되는 업무는 가장 많은 나라나 지역도 30% 미만이다. 경찰 업무의 70% 이상은 사실은 소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 출동했을 때 특히 미국에서 연구를 보면 남성-남성 2인조가 현장 출동했을 때보다 남성-여성 2인조가 출동했을 때 경찰과 대상과 어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비율이 훨씬 낮아진다는 그런 보고가 있다"며 "한국 경찰의 경우에 여성 경찰관의 수는 현재도 상당히 부족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영국 경찰의 예를 들며 경찰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 조건이 아니라고도 설명했다. 표 의원은 "영국 경찰은 경찰관 채용 시험에서 체력 부분에서 최저 기준을 적용한다"며 "경찰 업무에 필요한 체력과 기술은 경찰관이 된 후에도 훈련을 통해 우리가 갖추도록 해 주겠다는 게 영국 경찰 기본 태도다. 힘만으로 뽑는다면 격투기 선수나 운동선수만 경찰관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언제나 상대방보다 힘이 세다는 보장이 없다. 사회 자체가 법과 경찰의 권한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 맞다. 힘을 쓰는 일들이 계속 있어야 한다는 그런 사회라면 얼마나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겠냐"라고 덧붙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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