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비는 당신이"… 공정위, 납품업자 괴롭힌 이랜드 제재

중앙일보

입력 2019.05.19 12:00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전경. [이랜드]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전경. [이랜드]

“판촉비는 납품업체가 부담하셔야죠.”

공정거래위원회는 판촉행사를 하면서 납품업체에 판촉비를 부담시킨 이랜드리테일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1300만원을 부과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랜드리테일은 뉴코아ㆍ2001아울렛과 NCㆍ동아백화점 등 전국에서 48개 아울렛ㆍ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랜드는 2017년 1~12월 아울렛 17곳의 이벤트홀에서 판촉행사 5077건을 진행했다. 여기엔 납품업체 314곳이 참여했다. 그런데 이랜드는 행사에 참여한 납품업체에 약정에 없던 매대(의류 진열대)ㆍ옷걸이 등 집기 대여비 2억1500만원을 부담케 했다. 신동열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판촉비의 납품업체 분담률이 50%를 넘지 않도록 규정한 대규모유통업법 11조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는 또 2017년 8~10월 뉴코아아울렛 평촌점 납품업체 154곳이 입점한 매장을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전 협의ㆍ보상 없이 납품업체 6곳의 매장 면적을 기존보다 21~60% 줄였다. 그러면서 매장 변경에 따른 추가 인테리어비는 납품업체에 떠넘겼다. 대규모유통업법 17조는 충분한 사전 협의를 통해 납품업체의 ‘자발적인’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유통업체가 매장 구성을 바꿀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거래의 기본인 계약서와 관련한 상거래 질서도 무너뜨렸다. 이랜드는 2017년 1월~2018년 6월 중 납품업체 181곳과 상품공급 계약 190건을 맺었다. 그런데 계약도 맺지 않은 채 거래부터 강요했다. 예를 들어 “급하니 일단 물건부터 납품하라”고 한 뒤, 일방적으로 쓴 계약서를 납품업체에 들이미는 식이었다. 거래를 시작한 뒤 4개월이 지나고서야 계약서를 받은 업체도 있었다. 대규모유통업법 6조는 계약 체결 즉시 계약서를 보내야 하고, 계약서를 보내기 전엔 유통업체가 납품업자에게 상품을 주문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동열 과장은 “‘갑’인 아울렛 주도로 ‘을’인 납품업체를 쥐어짠 전형적인 불공정 행위”라며 “대형 아울렛에서 수시로 실시하는 판촉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납품업자에게 전가하는 유통업계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최근 홈플러스의 비슷한 행위에 대해서도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4500만원을 부과하는 등 유통업계 갑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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