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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서 점프쇼 하는 고양이?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 학대 논란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가 운영하는 어린이대공원(서울 광진구)의 동물 공연에서 고양이 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한 누리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린이대공원 내 동물 공연장 애니스토리에서 고양이가 풀장이 있는 무대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진을 올렸다.

14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어린이대공원 동물 공연 사진. [사진 @cats_on_sofa2 인스타그램 캡처]

14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어린이대공원 동물 공연 사진. [사진 @cats_on_sofa2 인스타그램 캡처]

누리꾼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동물 공연이 시에서 운영하는 공원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점, 동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환경에서 공연한 점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공연을 시켰다는 이야기다. 이후 어린이대공원과 애니스토리 홈페이지에 항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SNS에 고양이가 징검다리 건너는 사진 올라 #대공원측, "바닥서 공연인데 물 위 뛰는 듯한 사진" #동물단체, "학대 아니어도 쇼에 이용한 게 문제"

애니스토리는 평일엔 5회, 주말엔 7회씩 공연한다. 20여분간 고양이·물개·앵무새·일본원숭이·펭귄·기니피그 등이 조련사와 함께 연기를 펼친다. 백로 같은 큰 새가 공연장 안을 날아다니거나 물개가 관객이 직접 던진 공을 농구대에 넣는 묘기를 선보인다. 관람료(성인 7000원)도 받는다.

SNS에서 논란이 된 애니스토리의 고양이 공연 부분. [김나현 기자]

지난 16일 오후 3시 공연에서도 고양이 서너 마리가 출연했다. 그중 두 마리가 징검다리 점프를 30~40초간 선보였다. 물개가 연기하는 풀장과 관객석 사이에 징검다리 점프대가 있었다. 고양이가 뜀 동작을 하다 넘어져도 바로 물에 빠질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풀장 근처엔 물기가 많았다.

동물 단체 "훈련 중 학대 사실은 없어 보여" 

애니스토리 최도진 사육사는 “문제가 제기된 후 서울시설관리공단 관계자, 동물단체 카라의 활동가 등이 공연을 보고 갔고, 시정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며 “고양이 훈련 과정에 강압은 없었다”고 말했다. 어린이대공원은 홈페이지에 “공연의 70%가 사육사의 연기적 요소로 이뤄져 있다”며 “고양이가 마치 물 위 부표를 뛰는 듯한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지만, 실제는 바닥 위 구조물에서 공연이 이뤄진다”고 해명했다.

 어린이대공원 내 애니스토리 공연장 모습. [김나현 기자]

어린이대공원 내 애니스토리 공연장 모습. [김나현 기자]

최영진 수의사는 “고양이는 복종심이 없는 동물이라 조련이 쉽지 않다. 물에 직접 닿지만 않으면 학대로 볼 순 없으며 구체적인 훈련 과정을 봐야 학대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조사를 다녀온 카라 측은 홈페이지에 “사육사가 고양이를 학대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쇼에 이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동물 공연 사라지지 않는 건 계약 기간 때문

애니스토리 공연은 2013년에도 논란이 일었다. 당시 환경단체는 서울대공원 동물쇼에 출연하던 돌고래 제돌이가 제주도에서 불법 포획됐다고 폭로했다. 제돌이가 서울대공원을 떠나고 무대에 함께 섰던 바다사자 '방울이'도 고령으로 은퇴하며 서울대공원은 84년부터 이뤄진 동물쇼를 모두 폐지했다. 하지만 어린이대공원의 애니스토리 공연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어린이대공원은 애니스토리와 계약이 남아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2001년 애니스토리와 서울시설관리공단은 2021년까지 공연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2001년에도 대학교수, 동물권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은 동물공연장 백지화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서울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커뮤니케이션팀 양재혁 과장은 “이번 고양이 공연이 동물 학대는 아니기 때문에 당장 공연을 멈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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