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사회경제적 위치가 낮았던 사람이 결핵에 걸리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1998년 IMF 외환위기가 이러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홍조 대한결핵협회 결핵연구원 연구센터장은 정혜주 고려대 교수·문테이너 토론토 대학 교수팀과 198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결핵 진단을 받고 난 뒤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환자 등을 포함한 2만8136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를 17일 공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년기에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 결핵에 걸리면 안 걸린 사람보다 소득수준이 1.3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수치는 외환위기(IMF)를 겪으며 2.1배로 높아졌다. 반면 유년기에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았던 사람은 결핵에 걸린 것과 상관없이 비슷한 소득수준을 유지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금융위기(IMF) 이후 결핵 등 질병을 앓은 환자들이 휴직, 퇴직 등을 거치며 경제적 곤란을 겪었는데, 이들이 질병을 앓고 난 뒤 얻은 경제적 곤란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질병과 가난의 상관관계를 따져 결핵을 포함한 건강정책이 사회·노동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추정치에 따르면 한국의 결핵 발생률은 10만명당 7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사망률도 10만명당 4.9명으로 1위다. 이에 연구팀은 "한국은 중등도 이상의 질병 부담을 가졌지만 이런 사회적 영향을 완화하려는 전략은 찾아보기 힘들다 "라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결핵전략(End TB 전략)의 핵심 3대 지표 중 하나를 '결핵으로 인한 재난적 의료비를 경험하는 가구의 비율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설정했다. 보편적 의료보장과 사회적 보호를 강조한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최 센터장은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피해 이외에 직업상실, 소득감소 등으로 결핵이 다시 가난을 만든다는 점을 보여줬고, 결핵과 빈곤의 상관관계의 강도가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더 세지는 등의 변화를 만든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