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찾은 김학의 '묵묵부답'…檢 "회유·증거인멸·도주우려"

중앙일보

입력 2019.05.16 10:52

업데이트 2019.05.16 17:23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정황과 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정황과 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의 구속 여부를 가리는 영장실질심사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 출범 49일만인 16일 법정에서 열렸다. 구속영장에는 뇌물 혐의가 적시됐다. 김 전 차관 의혹의 핵심인 성범죄 관련 의혹은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영장실질심사를 열었다. 김 전 차관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결정된다.

김 전 차관은 이날 오전 10시쯤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회색 넥타이에 검푸른색 정장 차림으로 법원을 찾은 김 전 차관은 “법정에서 어떤 내용 소명할 것인가” “윤중천씨 모르는가” “다른 사업가한테서 돈 받은 적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취재진을 피하려다 잠시 출입구를 못 찾기도 한 그는 아무 입장 표명 없이 그대로 법원으로 들어갔다.

“100여 차례 성접대도 액수 특정 못 하는 뇌물”

앞서 지난 13일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단은 김 전 차관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또 다른 사업가로부터 모두 1억6000만 원 가량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다. 뇌물은 대부분 2008년 이전에 건네졌지만, 검찰은 뇌물 액수가 1억 원이 넘는다고 판단해 공소시효가 15년인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여성 4~5명으로부터 100여 차례의 성접대를 받은 혐의도 ‘액수를 특정할 수 없는 뇌물’로 함께 포함됐다.

‘김학의 사건’의 발단이 됐던 성범죄 혐의는 빠졌다. 논란이 됐던 ‘별장 동영상’ 속 남녀가 모두 “내가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은 앞선 두 차례 검찰 소환 조사에서 “윤중천을 알지도 못한다” “별장 속 남성은 내가 아니다”고 진술했다. 당초 해당 동영상에 나오는 여성이 자신이라고 주장했던 이모씨 역시 최근 검찰 조사에서 “내가 아닌 것 같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심야 출국 시도' 구속 사유 되나 

검찰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김 전 차관 측의 회유 정황과 증거인멸ㆍ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근 윤중천씨 측근 김모씨로부터 “김 전 차관의 아내가 경찰 수사 개시 전후인 2013년 초 찾아와 ‘김 전 차관 관련 진술을 하지 말아달라’는 조건으로 돈을 건넸다. 수표가 들어있는 봉투를 받았지만 돌려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 제70조 구속사유에 따르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는 대표적인 구속영장 발부 사유다. 김 전 차관으로부터 특수강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이모씨가 “김 전 차관의 아내가 처음에 도움을 주겠다고 회유하다 폭언을 했다”고 밝힌 것도 검찰은 증거인멸 시도 중 하나로 봤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측은 회유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이 지난 3월 태국 방콕으로 ‘심야 출국’을 시도한 점은 검찰이 주장하는 도주 우려의 근거가 됐다. 김 전 차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에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철저 수사를 지시하자 나흘 뒤 출국을 시도했다. 김 전 차관은 탑승 게이트 바로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법무부가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출국 시도 1주일 뒤 법무부 과거사위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이 출범해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지게 됐다.

이수정ㆍ백희연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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